입력 : 2013.01.01 23:04
윤창중 대변인에게 사과 요구한 20대 前 비대위원 보고 '왜 발목 잡느냐' 탓하기 앞서
젊은 '常識' 잣대 눈여겨 보라아스팔트 세대 넘을 자유분방한 새 세대에 더 귀 기울이길
홍준호 논설위원

서울시장 보궐선거 날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사건을 두고 이 젊은이는 의혹을 제기한 나꼼수 총수라는 이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검증해보자"고 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이 "젊은이, 정치라는 건 어려운 거라네. 이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였다고 한다. 당시는 나꼼수가 현직 대통령을 '가카'라고 조롱하며 기성세대나 체제를 비웃는 전매특허라도 받은 양 기세등등하던 시절이었는데 40대 초반인 그 나꼼수 책임자 입에서 '젊은이, 그게 아니고…' 하는 말이 나왔다니 절로 웃음이 흘렀다.
이 젊은이는 그간 몇 차례 헛발질을 했다.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부자(父子)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은 단 한마디도 입 밖에 내본 적 없는 가짜 진보 정치인을 존경하는 의원 리스트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그는 추문에 휩싸인 새누리당 인사들을 향해 당을 떠나라고 소리 높이고, 당 밖에선 그가 보기에 "사회문제를 열거만 하고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동사(動詞) 빠진' (진보 진영) 청년들"을 포함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 일대일 토론을 벌였다.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가 보여준 당돌함·거침없음·자유분방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새누리당에 이런 싱싱한 젊음이 있다니 하는 새로운 느낌과 함께….
이 젊은이가 최근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건드렸다. 대선 때 글을 쓰고 방송에 출연해 야권으로 옮겨간 옛 여권 인사들을 '정치적 창녀'로 비판하는 등 거친 언사로 야당의 표적이 된 윤 대변인은 대변인이 되고 나서 한 차례 고개 숙였다. "나의 글과 말로 상처받은 분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젊은이는 윤 대변인에게 진심을 담아 더 고개 숙이라고 요구했다. 야당 인사 다수도 진영을 옮겨 박 당선인을 도왔으니 윤 대변인의 '정치적 창녀' 주장으로 상처받을 사람은 새누리당 안에도 많을 것이라면서 한 주문이다.
박 당선인의 열렬 지지층에선 윤 대변인의 글과 말에 손뼉 쳤던 이가 많을 것이다. 지금도 "박근혜를 도우러 온 한광옥·김경재가 어떻게 배신자인 윤여준·김덕룡과 같아?" "설령 틀린 말은 아니라 해도 때를 가려가며 해야지"란 반응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그러나 이 젊은이가 던진 질문은 이렇게만 받아넘겨선 안 될 사안이다. 박 당선인은 100% 국민 대통합을 약속하고 당선됐고 대선이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만든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이끌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에 민주당에서 건너온 한광옥·김경재 두 사람을 임명했다. 이 진영에서 저 진영으로 건너간 사람이 정치적 창녀이면 저쪽에서 이쪽으로 건너온 사람은 창녀가 아닌가? 소신에 따라 건너온 사람이 있으면 소신에 따라 건너간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역지사지(易地思之) 없이 48%를 포용하는 대통합으로 갈 수 있을까? 이씨는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있다.
여기에 "왜 뒤에서 총질이야" "기회주의자"라고 답하는 건 바른 대답이라고 할 수 없다. "젊은이, 정치 공부를 더 하게"라고 하는 건 나꼼수 총수라는 이가 보냈다는 답신을 연상시킬 뿐이다.
이번 대선이 51.6% 진영과 48% 진영이 벌인 일대 회전(會戰)인 건 맞는다. 그러나 전투는 끝났다. 내년 지방선거, 3년 후 총선, 5년 후 대선까지 일시적이지만 평시다. 그리고 당선인은 지금 포용과 국민 대통합을 말하고 있다. 상대 입장에서 역지사지해보지 않고 포용을 말할 수 없다. 역지사지 없는 포용은 '내가 품을 테니 내 품에 다 안기라'거나 '나를 따르라'는 일방통행이지 상대를 진심으로 끌어안는 통합이 아니다. 이씨는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구부려선 안 되는 이 상식의 잣대를 들고 서 있는 것이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은 대선 후 자살한 한 노동자의 빈소를 찾았다. 대통합을 향한 활동에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여당에서 야당으로 건너간 인사들에 대해서도 '창녀' 운운은 거두고 그들이 말해온 합리적 보수주의에 걸맞은 행동을 해달라고 바라는 것이 당선인이 추구하는 국민 대통합에도 도움이 되고 상식의 잣대에도 부합할 것이다.
우리 정치는 너무 오랜 세월 아스팔트 세대의 분열적 언동에 오염돼왔다. 그 바람에 정치에서 상식이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이준석씨 같은 젊은 피들의 치기(稚氣) 어린 도전에 불편한 이들도 있겠지만 이런 치기가 상식의 정치를 일깨우는 한 당선인의 '이준석 실험'은 실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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