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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국회)

극빈층 3% 진료비, 상위 30% 보육비에 밀려?

[사설] 극빈층 3% 진료비, 상위 30% 보육비에 밀려 깎였다

입력 : 2013.01.01 23:04 | 수정 : 2013.01.01 23:28

국회가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342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 12월 2일을 한 달이나 넘겼다. 여야가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 일정에만 정신이 팔려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예산안 심사·처리를 미루다 사고를 낸 것이다.

새해 예산은 정부안(案)보다 5000억원가량 줄었다. 0~5세 무상 보육과 반값 등록금, 일자리 사업을 중심으로 복지·민생 예산을 4조원 늘리는 대신 다른 예산 4조5000억원을 깎았다. 이에 따라 복지 예산을 늘리기 위해 국채(國債)를 7000억~9000억원 더 발행하는 일은 면했다. 재정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대부분 복지 재원을 마련하고, 국가 부채와 대다수 국민의 세금 부담은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간신히 지켰다.

그러나 억지로 예산 규모를 맞추려다 보니 엉뚱한 피해자가 생겼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빈곤층 156만명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 예산이 2800억원 깎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의료급여 예산은 작년에 8000억원 가까운 적자가 났다. 정부가 예산이 부족해 병원에 진료비를 못 주고 외상을 진 액수다. 그 바람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은 몸이 아파 병원에 가도 '외상 환자'라며 진료를 거부당하는 등 푸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상위 30% 계층에까지 보육료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우리 사회 최극빈층 3%를 위한 예산을 깎았다.

예비비에서 6000억원을 덜어내고 기금 예산에서 1조7500억원을 삭감한 것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상 못한 대규모 재해(災害)의 복구 대책이나 쌀 소득 보전 같은 기금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여야는 복지 비용을 대느라 다른 예산은 뭉텅뭉텅 잘라내면서도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사업과 관련된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3700억원이나 늘렸다. 여야 실세 의원들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많이 챙겼다.

올해 복지 예산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고 전체 정부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이른다. 더욱이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은 131조원, 민주통합당은 197조원 규모의 공약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해나가려면 앞으로도 복지 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다. 이번처럼 여기서 빼서 저기에 끼워 맞추는 식의 예산 편성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복지 예산의 증가 추세를 조정하면서 증세(增稅)와 예산 절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