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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 세계정세

大탕평, 핵심 권력기관장 人事에 달렸다

[사설]

입력 : 2012.12.23 23:05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반세기 동안 이어져온 극한 분열과 갈등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겠다"며 "지역, 성(性), 세대 구분 없이 골고루 등용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당선인이 똑같은 말로 당선 첫날을 시작했지만 누구도 이 약속을 실천하지 못했다. 박 당선인이 전임자들이 밟았던 실패를 넘어서서 대탕평에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은 이런 궁금증을 갖고 박 당선인의 첫 인사를 지켜보고 있다.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국정원장을 권력의 3대 요직(要職)으로 꼽는다. 그러나 국민이 권력이 과거와 달라졌는지를 느끼고 확인하는 창구(窓口)는 따로 있다. 사람을 구속하거나 풀어주는 검찰과 경찰, 개인과 회사의 장부를 들춰보고 세금을 무겁게 혹은 가볍게 매기는 국세청, 금융기관의 설립 요건을 점검하고 불공정 여부를 감시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여기에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에 관한 기밀정보 제공과 함께 요직에 등용할 인사의 전력(前歷)을 사전 점검하는 국정원을 합쳐서 핵심 권력기관이라고 부른다. 재벌 개혁과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 지금은 재계의 사정(司正)기관 격인 공정거래위가 '권력의 손'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마다 일반 행정부처 인선에선 자리 숫자를 안배(按配)해 형식적 균형을 맞추려고 신경을 썼다. 물론 정부 인사에서도 경제분야와 권력기관과 연관된 부처에는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사람을 배치하고 농수산·건설 부처 등을 안배용으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핵심 포스트는 인연을 중시하고 교육·문화 등의 자리는 안배용으로 이용하는 건 청와대 비서실 구성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인사 패턴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분야가 핵심 권력기관 인사다.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금융감독원장·공정거래위원장만은 대통령이나 정권 실세(實勢)들과 학교·고향·종교 등 각종 연(緣)으로 얽힌 심복을 앉혔다. 보수 정권도 진보 좌파 정권도 똑같았다. 모든 정권이 겉으론 공정과 탕평을 내세우면서도 속으론 이 핵심 권력기관들을 통해 내밀하게 권력의 뜻을 관철해왔다는 얘기다. 이런 풍토가 전면적으로 혁파(革罷)되지 않는 한 국민들은 마침내 대탕평(大蕩平)시대가 열렸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새 대통령 성패는 결국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 등 핵심 권력기관의 책임자 인선에 달려 있다. 국정 각 분야에서 윗물을 깨끗하게 정화(淨化)해 아래로 내려보내 사회 전체를 맑게 하고 국가 기강을 세우는 일을 해야 하는 곳이 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인사 첫 단추를 어떻게 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