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23 22:29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대선을 며칠 앞두고 몇몇 방위산업체 간부들을 만났을 때 들은 얘기다. 한 관계자는 "현 정부는 방위산업을 신(新)성장동력의 하나로 선정해 적극 육성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방위산업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5년 내내 괴롭혔다"고 했다. 10년 만에 등장한 보수 정권인 데다 CEO 출신 대통령이 집권해 큰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이른바 좌파 정권 때보다도 못했다는 주장들이다.
사실을 따져보면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있다. 각종 수사 결과로 원가(原價) 부정 등 비리와 부조리가 드러났고, 방산 수출 지원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T-50 인도네시아 수출 등 가시적인 성과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탄도미사일 개발의 큰 족쇄였던 한·미 미사일 지침을 대폭 개정했고, 보수층의 우려를 반영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 시기를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로 늦춘 것도 현 정부의 성과들이다. 무엇보다 북한에 대해 더 이상 무조건 퍼주기는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높은 평가를 받는 듯하다.
하지만 군이나 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불만과 우려는 방산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은 5.4%로, 노무현 정부 연평균 증가율 8.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총예산 증가율 자체가 노 정부 때보다 낮아졌기 때문이고 국방예산은 많이 배려했다"고 말하지만 주요 무기 도입 사업들이 연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 때 청와대와 군(軍) 수뇌부 간 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말로만 강력 대응'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 정부에서 군 수뇌부에 있었던 한 인사는 "'무늬만 보수인 정권'이라는 비판을 반박할 논리가 궁색할 경우가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개월 뒤 국군 통수권자로서 이명박 정부의 공과(功過)를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새 정부 길들이기 또는 떠보기 차원의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 일본 극우정권 등장 등에 따른 주변국과의 분쟁 가능성 등 추가적인 과제를 안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새로운 지휘기구 결정 등 전작권 전환 대비, 역대 정권이 사실상 모두 실패했던 국방개혁 추진, 직업군인들의 사기 앙양책 등도 서둘러야 한다.
일각에선 이번 대선 운동 기간 동안 새누리당과 박 당선인이 보인 태도와 관련해 우려하는 얘기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국방분야 공약 세부안 발표를 민주당보다 늦게 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하루 전날 군 간부 보강 등 여건이 조성되면 군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젊은 층의 표심(票心)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겠지만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는 보수층의 지적이 많다. 국방을 중시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말보다 실천이 더욱 중요해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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