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재/ 세계정세

[아침논단] 새 정부의 첫 번째 과제는 저성장 극복

 

  •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입력 : 2012.12.19 22:51

    주요국들 '성장'으로 정책 전환, 중국 등 우리 수출 시장 위축돼
    달러·엔貨 약세 되면 더욱 타격… 경기 침체 우려, 내수 시장 불안
    위기마다 크게 떨어진 성장률, 벌써 2%대로 고착되면 안 돼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올 한 해 유난히도 많았던 지구촌의 선거 축제가 한국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프랑스에 이어 미국을 돌아 중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경제 문제가 선거의 핵심 쟁점이었고 후보자들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사자후를 토했지만 막상 당선인들이 직면한 경제 상황은 호기를 부릴 만큼 그렇게 녹록지 않다.

    진작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 침체의 나락에 빠져든 유럽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 위기국들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고 새로 출범한 유럽안정화기구(ESM)가 문제 은행들에 직접 자금 지원을 하겠다는 미봉책으로 겨우 국가 부도와 은행 도산을 막는 방화벽을 쌓기는 했지만 그 벽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기만 하다. 설사 방화벽이 무너지는 파국은 면한다 하더라도 상당 기간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미국은 과거 시행했던 감세(減稅) 조치의 시한 종료와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한 예산통제법 시행 등으로 대규모 재정 긴축을 해야 하는 재정절벽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야당인 공화당 간의 첨예한 힘겨루기가 어떤 형태로든 타협을 보겠지만 상당 규모의 재정 긴축 자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택 경기 회복과 고용 상황 개선 같은 희망적인 지표에도 재정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탄력적인 경제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중국은 최근 성장률이 두 분기 연속 7%대로 떨어져 8%를 성장률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바오바(保八)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수출과 투자가 쌍끌이를 하면서 두 자릿수 성장을 구가하던 고도성장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세계 교역 성장세는 위축되는데 한 해 2조달러에 달하는 수출 대국의 수출이 과거처럼 20% 이상씩 늘어나는 것은 산술적으로만 봐도 불가능해 보인다. 수출과 연계돼 이루어졌던 대규모 투자도 이제 과잉 설비의 근심을 안기며 경(硬)착륙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일본은 주요국 중에서도 최악의 상황으로 디플레 경제가 고착화되고 있다. 내수 부진이 심각한 가운데 수출까지 급락하면서 지난 3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 활력이 저하되고 있다. 상반기 한때 반짝 상승하던 물가는 결국 다시 하락세로 반전해 2009년 이후 4년 연속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이렇게 어렵고 앞길이 깜깜하다 보니 새로이 들어선 각국 정부의 경제 정책은 결국 '성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프랑스는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프랑스 경쟁력 저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담은 '갈루아 보고서'를 바탕으로 성장 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미국은 경기 부양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히려 재정 긴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대신 파격적인 통화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세 차례에 걸친 양적 완화도 모자라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제로 금리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실업률 타깃팅'까지 선보이며 성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한 술 더 떠 자민당 아베 총재는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 돈을 찍어 내겠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터라 앞으로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 정책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요국들에서 새로 들어선 정부는 체면 불고하고 제 살길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결국 2013년 지구촌 경제의 화두는 '저성장 극복'이 될 것 같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한국 경제 역시 상황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 시장의 위축으로 이미 수출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고 미국과 일본의 경쟁적인 양적 완화 정책이 불러올 달러화와 엔화 약세까지 가세하게 되면 수출 타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특히 엔화 약세기 때마다 우리가 치러야 했던 경기 침체 경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수 환경 역시 가계 부채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 불안하기 그지없다. 한국 경제의 앞날에도 저성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위기 때마다 큰 폭으로 떨어져 왔다. 외환 위기 이전 7%대던 성장률이 외환 위기 이후 4%대로 떨어지더니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고 난 후에는 3%를 밑돌 정도로 낮아졌다. 벌써 2%대 성장률이 고착화되어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첫째 과제는 저성장 극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