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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 세계정세

[18대 대통령 박근혜] [기자수첩] '반듯하고 맑은 남자' 문재인… 그 성품을 가린 文후보의 주변

 

  • 김진명·정치부

    입력 : 2012.12.21 03:00

    김진명·정치부
    대선 다음 날인 20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에서 문재인 후보 선대위 해단식이 열렸다. 문 후보가 들어서는 순간, 미리 기다리고 있던 선대위 관계자와 지지자 300여명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맞았다.

    정세균 상임고문, 김부겸·박영선·이인영 공동선대본부장 등과 악수를 나눈 문 후보는 곧이어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리고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더니 좌우를 둘러보면서 두어 차례 더 고개를 숙였다. 크고 선량한 그의 두 눈엔 미안한 표정이 어려있었다.

    "제가 캠프엔 고맙다는 감사 인사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보람을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문 후보가 입을 열자 눈물을 흘리던 몇몇 당직자와 지지자들의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사람들을 위로하는 문 후보의 얼굴엔 따뜻한 미소가 가득했다.

    사회를 맡은 우원식 선대위 총무본부장이 문 후보의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를 외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문재인! 문재인!"을 연호했다. 문 후보는 참석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 포옹을 나눈 후 당사를 떠났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문 후보 이야기가 나오면 "반듯하고 괜찮은 남자"라고 했다. "맑고 선한 느낌을 준다"는 말도 이어졌다. 그는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그랬다. 박근혜 당선인과 나란히 참석했던 어느 행사에서 연설문 원고에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는 말이 들어있자 순간적으로 '새누리당'으로 바꿔 읽은 적도 있었다. 바로 앞줄에 앉아있는 상대당 후보 이름을 입에 올리면서까지 공격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문 후보는 자신이 모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편가르기'나 비속어에 가까운 표현도 전혀 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노사모' 같은 극성 팬클럽도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문 후보에게서 친노(親盧)를 보았다. 갈등과 분열이 가득했던 노무현 정부 시절의 기억, 나꼼수를 비롯해 그를 둘러싼 골수 지지층에 대한 불안감, 그런 것들이 문 후보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격해지는 문 후보의 발언들도 본래 그의 모습을 흐리게 했다.

    문 후보는 이날 해단식에서 "후보의 부족함 외에 (패인이) 많이 얘기되는 친노의 한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그를 보면서 문 후보가 이제 '친노 대표주자'의 짐을 내려놓고 '문재인'으로 살고 평가받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지나친 해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