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20 22:43
국제 경제 위기 뇌관 된 그리스 무책임 대중영합주의에서 나온
무절제한 복지 확장 때문인데 '增稅 없는 복지 확대' 공약 내건
한국도 재정 건전성 파탄 위험 '세계 대공황' 닥치면 대책 있나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역사학

그런 그리스가 세계경제의 골칫거리이자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됐다. 그리스 경제를 구하기 위해 독일이 중심이 된 국제사회가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대신 그동안 흥청망청했던 공공 재정의 긴축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대답은 폭동이었다. 유럽 국가들의 최고 지도자와 그리스 주재 외국 대사관에 우편 폭탄을 배달하는 테러 행위까지 저질렀다. 즉, 돈만 받고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스뿐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 심지어 프랑스까지도 위기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바로 무책임한 대중영합주의에 기초한 무절제한 사회복지의 확장 때문이었다. 반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붕괴로 촉발된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는 시장 자율의 무분별한 확대가 가져온 결과였다. 현재 세계경제 위기가 절망스러워 보이는 이유는 유럽의 정부 주도 사회보장 시스템의 붕괴와 미국의 시장 자율 확대가 가져온 금융 위기가 겹쳐진 인류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 것이다.
경제사적으로 봤을 때 자유방임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재정 통화정책을 통한 국가 개입으로 시장의 문제를 조절하려 한 수정자본주의였고, 그것은 자연스레 복지국가론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국가 주도하의 경제는 관료주의적 타성과 무능이 나타나기 쉽다. 또한 적정선을 넘어선 복지정책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재정 파탄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미리 예측한 사람이 경제학자 하이에크였고, 그의 사상을 현실에 접목한 정치 지도자가 대처와 레이건이었다. 두 사람은 작은 정부, 효율적인 민영화, 복지 지출의 합리적 조절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했고 신자유주의 시대를 열었다. 지금 미국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모델이 도를 넘어서 생겨나는 후유증이다. 거꾸로 유럽에서는 사회보장체제의 문제점을 못 고친 나라들의 재정 파탄이 일어났고, 국민의 의존성과 무책임을 극한으로 키운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제시됐던 정책들과 구호들을 보면 마치 한국이 곧 복지 천국이 될 듯한 착각을 준다. 압축 성장한 한국 사회에서 사회복지를 통한 사회 안전망 구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여야의 복지정책은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결국은 재정 건전성을 파탄 낼 것이다. 이미 한국의 복지비용 증가율은 매우 가파르다. 특히 '무상'이란 글자가 들어간 정책의 위험성은 크고 거기에 증세(增稅) 없는 복지 확대는 무책임의 극치에 이른다. '연간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증세 없는 3+1(무상 급식·의료·보육+반값 등록금)' '4대 질병 국가 전액부담' 등 꿈같은 정책은 아예 재정 파탄을 예고했다. 증세 없는 무상 복지 확대 공약으로 일본 민주당은 집권에 성공했지만 국가는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민주당은 자신의 정책 실패를 자인했으며 결국 며칠 전 총선에서 참패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대중은 공짜 점심을 원하고 정치인들은 표를 위해 공짜 점심을 제공하기에 재정 건전성이 파괴된다"며 "한국은 복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결국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유럽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 대안은 재정 건전성을 담보한 지속 가능한 복지일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의 대공황 상태, 즉 '퍼펙트 스톰'이 곧 닥칠지도 모른다고 경제학자들은 경고한다. 2008년 금융 위기 때 잘 버틴 나라는 독일·한국·중국 등이었다. 그러나 퍼펙트 스톰이 올 경우 한국도 위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번 선거전에서 제시된 공약들은 허망한 약속이 될 수도 있다. 경제공황시에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은 자동차·전자제품 등 같은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이런 가상 상황에 대한 논의나 대비책은 전무하고 달콤한 복지 논의만 무성했다. 한국은 국가부도 상태인 그리스와 같은 길로 가고 있는가? 정치인, 정책 입안자 그리고 국민은 심각하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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