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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설적 갱단 재판…'암흑가의 명예'란 무엇인가


美 전설적 갱단 재판…'암흑가의 명예'란 무엇인가

  • 뉴욕=장상진 특파원

  • 입력 : 2013.06.21 00:54

    “나는 20명을 살해했지만, 배신자인 두목이야말로 최악의 인간이다.” (갱단 조직원)
    “나는 마약도 팔았고, 범죄조직도 만들었다. 그러나 내가 수사 당국에 협조했다는 점만은 결코 인정 못 한다.” (그의 두목)

    18일 미국 사우스보스턴 연방법원에서 열린 전설적인 갱단 두목 제임스 ‘화이티’ 벌저(82)의 재판에서 이러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마피아 세계에서의 ‘명예’와 ‘충성’, ‘수칙’(code)이 이슈로 떠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아일랜드계인 벌저는 이탈리아계 마피아가 장악하고 있던 보스턴 암흑가에서 ‘윈터힐 갱단’의 두목이 됐고, 잔혹한 조직 내외부 반대파 숙청을 통해 1970~1980년대 보스턴 암흑가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계 마피아 소탕작전을 벌이던 미 연방수사국(FBI)에 경쟁 조직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FBI의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살인 등의 혐의로 1995년 FBI의 지명수배 명단에 오르고도 16년간이나 무사히 도피생활을 한 점도 이러한 의혹을 부채질했다. 이러한 의혹은 2006년 영화 ‘디파티드’의 소재로도 활용됐다.
    그는 결국 2011년 6월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의 아파트에서 내연녀와 함께 체포됐고, 최근 기소됐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범죄단체 조직, 마약거래, 불법 마권거래, 대출 사기 등 32건이었다.
    12일 시작된 재판에서 벌저 측 변호인은 이례적으로 대부분의 혐의를 일찌감치 순순히 시인했다. 범죄조직을 통해 “수백억원의 돈을 벌었다”고도 했다.

    벌저는 단 하나의 목표, ‘명예 지키기’만을 위해 올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FBI에 정보를 넘겨준 혐의와 여성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서만은 완강히 부인했다. 마피아의 수칙은 여성 살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배신은 절대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벌저의 하수인으로 활동하며 20명을 살해해 ‘사형집행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존 마르토라노(72)는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벌저를 맹비난했다. 그는 “나는 어려서부터 유다(Judas·배반자)야말로 최악의 인간으로 배워왔다”고 했다. 그는 살인 혐의를 모두 인정한 상태다. 여러 건의 ‘살인’을 저지른 자신보다 ‘배반’한 그의 두목이 더 나쁘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살인을 “동료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했다. 자신을 ‘살인청부업자’, ‘살인범’ 대신 ‘자경단’으로 불러달라고도 했다. 그의 변호인은 벌저를 “진짜 쥐”라고 불렀다.
    이런 가운데 오랫동안 벌저 일당을 수사해온 전직 연방검사 마이클 켄덜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들의 규율은 그들이 필요할 때만 지키는 것이다. 그들은 친구를 살해하고, 애인도 살해했다. 그들의 규율이란 것은 쉽게 말하자면 남들에게 이렇게 말하라는 것이다. ‘나는 여자를 죽이지 않았지만, 내 친구가 죽이는 건 봤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