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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경재

"한국이 위험하다" 수퍼스타 CEO 30인 경고

"한국이 위험하다" 수퍼스타 CEO 30인 경고

  • 정철환 기자

    입력 : 2013.05.22 03:06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전하는 'MS CEO 정상회의']

    세계경제 중심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기울고 있어
    과감한 변화·현지화 통해 신흥국 기업, 선진국 압도
    미국 CEO들 엔低에 호의적

    어윤대 회장
    어윤대 회장
    '한국의 성공을 신흥국들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미국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CEO 정상회의'에 참석한 전 세계 수퍼 스타 CEO(최고경영자)들이 한국에 이런 경고장을 던졌다.
    이 회의는 빌 게이츠 MS 이사회 의장이 매년 주최하는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은밀한 글로벌 최고경영자 모임이라 불린다. 올해로 17번째인 이번 행사에는 게이츠 의장을 비롯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회장, 로렌스 핑크 블랙록 회장, 엘렌 컬만 듀폰 회장,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데이빗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 등이 참석했다. 올해 회의에 참석한 수퍼 스타 CEO들의 공통적 관심사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이 모임에 3년 연속 초대받은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세계 경제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기울고(tilt) 있다는 이른바 '글로벌 틸팅(Global Tilting)'이 공통 화두였다"고 전했다.

    ◇삼성·현대 경쟁자는 신흥국 기업

    글로벌 틸팅의 핵심은 신흥국의 생산력과 소비 시장 그리고 빠르게 축적되고 있는 신흥국의 자본이 세계경제의 틀을 바꿔놓고 있으며, 그 첨단에 신흥국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다. 신흥국 기업들은 변화에 익숙하고 과감한 위험 감수,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후진국 시장에서 선진국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과 세계 최고의 경영 구루(guru)로 불리는 람 차란(Charan)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등은 그 사례로 인도 통신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를 화제로 올렸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유럽·한국의 통신 회사들이 "리스크(위험)가 크다"며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재고만 있을 때 한 세대 뒤처진 기술을 가진 인도 통신 회사들이 아프리카라는 낯설고 불투명한 환경에 뛰어들어 케냐·남아공·짐바브웨 등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람 차란 교수 등은 "삼성·현대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된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아프리카 같은 신흥 시장에서 인도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을) 앞서 나가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사람 역시 신흥국인 브라질의 호르헤 파울루 레만 3G캐피탈 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2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케첩과 마요네즈로 유명한 세계적 식품 회사 하인즈(Heinz)를 280억달러(약 30조원)에 인수했는데, 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AB인베브와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인 버거킹도 소유하고 있다. 브라질 자본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좌지우지하게 된 셈이다. 워런 버핏 회장은 "나와 레만은 편지 한 장으로 하인즈 인수를 결정했다"고 인수·합병의 뒷얘기를 털어놓아 다른 CEO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윗 줄 왼쪽부터)빌 게이츠-MS 의장,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제이미 다이몬-JP모건 회장, (아랫줄 왼쪽부터) 로렌스 핑크-블랙록 회장, 피터 샌즈-스탠다드차타드 회장, 폴 제이콥스-퀼컴 회장
    (윗 줄 왼쪽부터)빌 게이츠-MS 의장,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제이미 다이몬-JP모건 회장, (아랫줄 왼쪽부터) 로렌스 핑크-블랙록 회장, 피터 샌즈-스탠다드차타드 회장, 폴 제이콥스-퀼컴 회장
    ◇"한국의 성공은 교육의 힘"

    글로벌 수퍼 스타 CEO들은 한국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어 회장은 "최근 한국이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에 상당수 글로벌 CEO들이 굉장히 놀라워했다"면서 "이번 행사에서도 IT 보안 문제가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고, 이를 위해 국가와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는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빌 게이츠 회장은 "한국의 경제 발전은 결국 교육의 힘이 일궜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교육열을 특히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은 사교육으로 인한 문제도 많다는 의견에 대해 "그래도 실(失)보다 득(得)이 크다"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글로벌 CEO들은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해선 대다수가 호의적인 시각을 보였다는 게 어 회장의 전언이다. 어 회장은 "글로벌 CEO들, 특히 미국 쪽 CEO들은 엔저 현상에 대해 호의적이었다"고 말했다. 엔저를 통해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 결국 글로벌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고, 특히 미국은 일본에서 수입해오는 자동차·전자제품 등 공산품 가격이 싸져 유리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엔저와 싸워야 하는 한국으로선 국제 여론전에서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