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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재/경재

'작은 가시' 6개 뽑으니… 발묶였던 12兆 투자 돌아온다

'작은 가시' 6개 뽑으니… 발묶였던 12兆 투자 돌아온다

  • 조재희 기자
  •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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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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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5.02 02:01

    [무역투자진흥회의서 朴대통령 "기업 고충, 119처럼 곧장 처리하는 시스템 필요"]
    "8조 투자할 공장부지 못구해"
    에쓰오일의 하소연에 공공시설 옮기고 땅 제공키로
    SK종합화학의 합작 투자도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해 해결
    수출 중소·중견기업 등에 11조1000억원 특별지원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는 기업인, 관계 부처 장관 등 180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참가자들로부터 애로 사항을 들은 뒤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즉석에서 해결을 약속하는 트러블 슈팅(trouble shooting·현장에서 문제 해결)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한 중소기업 직원이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마다 원산지 증명기준이 달라 애로가 많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119에 전화 걸듯 곧바로 연락하면 상세하게 알려주는 그런 시스템을 정부가 만들 방법은 없나요"라고 장관들에게 주문했다.

    
	2013년과 1968년의 무역진흥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1일
    2013년과 1968년의 무역진흥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1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정부와 기업 및 관련 단체 인사 180여명이 참석했다. 아래 사진은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제5차 수출진흥 확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다. /대통령기록관·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날 회의에선 기업들이 진행 중인 투자 프로젝트의 애로 사항을 맞춤형으로 풀어주는 일대일식 규제 완화 대책 6가지가 발표됐다. 또 대기업 중심의 수출을 중견·중소기업으로 다변화하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재계는 다른 어느 때보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이전까지 정부의 대책은 형식적으로 재계 건의를 취합한 탁상공론식 내용이 많았지만, 이번엔 정부가 "진짜 투자를 하려는데, 걸림돌이 생겨 못 하는 기업 사례를 보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해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병원 내 메디텔도 가능

    에쓰오일은 2016년까지 8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투자 집행은 수년째 머뭇거렸다. 울산 온산공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공장을 지을 부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외국인 투자기업 CEO들의 만남 때 나세르 알 마하셔(Al-Mahasher) 사장이 "수조원 투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부지 확보가 어렵다"고 고민을 토로했을 정도다.

    해답은 간단하게 풀렸다. 정부가 1일 에쓰오일 인근에 있는 석유공사의 원유비축기지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에쓰오일이 계획하는 정유·석유화학제품 공장을 짓는 방안을 내놨다. 공장 넓이는 180만㎡(약 60만평)에 이른다.

    
	12조원 투자 확대 6대 프로젝트 내용 표
    강동경희대병원·삼성서울병원·아산병원 등 병원 업계의 숙원 중 하나는 중국·미국·러시아인의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숙박 시설(메디텔) 건립이었다. 현행 관광진흥법의 호텔업 구분상 의료 관광객용 숙박 시설이 없어 '관광호텔'로 이를 신청해 인허가를 진행해야 했다. 지역 주민들이 '동네에 관광호텔이 웬 말이냐'며 건립을 반대해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부는 이날 메디텔을 호텔업의 하나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 업계 관계자는 "호텔업의 하나로 인정받을 경우 해외 환자 유치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합작 기업 형태로 증손회사 허용

    SK종합화학은 외국인 합작 법인에 대한 규제 완화 혜택을 보게 됐다. 이 회사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로,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다.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세울 때 100% 지분을 갖도록 한 현행 공정거래법 탓에 그동안 해외 업체와 합작 투자가 어려웠다. SK종합화학은 2011년 일본 JX에너지와 합작해 1조원을 들여 100만t 규모의 PX(합성섬유의 기본원료)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측은 50대50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이제 합작 투자와 관련한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고 환영했다.

    남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SK E&S·유니슨 등은 풍력단지 14곳의 설계를 끝내고 투자를 집행하려다 환경부 규제 때문에 투자 집행을 중단한 상태였다. 정부는 투자를 집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투자 활성화 대책과 함께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증대를 지원하는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수출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중견기업, 중소형 해외 건설·플랜트 등에 무역 금융 11조1000억원을 특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