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13 22:55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뇌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가끔 '국정원이 내 뇌를 도청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우주인이 뇌 안에 마이크를 심어놓고 명령을 내린다'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곤 한다. 물론 현실에선 모두 불가능한 기술들이기에 연락하신 분들께 의사 선생님과 논의해볼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만약
현재 진행되고 있는 브레인 리딩(reading)과 라이팅(writing)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언젠가는 비현실적인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버클리 대학교 겔런트(Jack Gallant) 교수팀은 2012년 피험자가 보고 있는 동영상 내용을 대략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방법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우선 피험자가 소수의 동영상들을 볼 때 뇌에서 만들어지는 활성 패턴을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통해 관찰한다. 동영상들과 뇌 패턴 간의 상호관계는 신호 처리 방법을 통해 수식화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우리가 살며 볼 수 있는 동영상들은 무한에 가깝지만 fMRI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버클리팀은 유튜브(Youtube)에서 수많은 동영상을 내려받은 후 '만약 피험자가 이 동영상들을 봤다면 뇌에선 어떤 패턴이 나왔을까?'하는 가상 fMRI 데이터를 계산해냈다. 결국 다양한 동영상을 봤을 때 관찰할 수 있는 뇌의 패턴들을 모은 '패턴 사전'을 만들게 된 셈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일본 ATR(advanced Telecommunications Research)연구소의 가미타니 박사는 잠자는 피험자의 꿈 내용을 fMRI를 통해 추측해냈고,
버클리 대학의 존 추앙 교수는 컴퓨터 게임 중 볼 수 있는 다양한 숫자에 대한 뇌의 반응을 통해 피험자의 은행 계좌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일리노이 대학 존 로저스 교수팀은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 세포 크기의 LED를 개발해 앞으로 광유전자식 브레인 라이팅 기술에 활용할 계획이다.
"자장면보다 짬뽕이 더 좋아", "K팝 스타는 누구누구가 최고야", "다음 선거 땐 누굴 찍어야지"…. 우리는 살며 수많은 생각과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확신한다. 우리의 생각은 당연히 우리 것이라고. 하지만 만약 내 생각이 사실 내 것이 아니라면? 타인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생각을 읽고, 새로운 정보를 입력해 단지 나의 생각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면? 앞으로 '뇌 해킹'과 '뇌 보안'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해야 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 우리가 정말 걱정해야 할 것은 브레인 리딩과 라이팅 기술을 통한 먼 미래의 '뇌 해킹'보다 '천안함은 암초와 충돌했다' 같은 음모설을 통해 우리의 뇌를 '해킹'하려는 구시대 방법들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무한한 힘 > 뇌의 신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 발달 막는 '태아알코올증후군', 초등학생 1000명 중 5명이 앓아 (0) | 2013.07.04 |
---|---|
신비로운 뇌, 오랫동안 제기능 유지하려면? (0) | 2013.05.24 |
뇌 안에 내비게이션 있다 (0) | 2013.05.08 |
툭하면 신경질… 성격 아닌 질병 탓 (0) | 2013.05.05 |
뇌 속 노화물질 발견…노화 연구의 물꼬 텄다 (0) | 2013.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