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축구는 서커스가 아니다
'축구단이 서커스단인가?'
한때 차범근 감독, 차두리의 에이전트를 했던 독일 유학파 최범석 포루투나2002 대표가 2006년 독일월드컵 기간 중 바이에른 뮌헨 관계자와 식사를 하면서 들은 말이다.
당 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인기구단, 바르셀로나를 필두로 한 스페인리그 명문구단들이 해외 투어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돈을 벌었다. 좋게 말해서 글로벌 투어지, 냉정하게 말하면 축구 저변이 약한 대륙, 국가로 가서 돈을 버는 '글로벌 앵벌이'였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프리메라리가는 프리미어리그보다 조금 늦게 해외투어를 시작했다. 그러나 목적은 프리미어리그와 똑같았다. 머천다이즈 상품 판매, 중계권 판매 등이 목적이었다. 이에 대한 바이에른 뮌헨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최범석 대표에 따르면 뮌헨 구단 관계자는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리가의 해외투어는 축구 자체가 갖고 있는 축구정신과 핵심코어를 전파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스타를 앞세워 돈벌이를 하는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데스리가는 내실화에 치중했다.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가 국내시장과
유럽시장이 포화됐다고 판단해 해외로 나갈 때 분데스리가는 국내리그 활성화와 건전화에 사활을 걸었다. 그리고 그게 지금 큰 결실을 맺었다.
분데스리가는 유럽국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국가리그와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국내 방송권 중계권료, 광고료
등으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리그가 건전하게 운영되며 적잖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유소년 시스템이 워낙 잘 갖춰졌고 지도자를 키우는 과정까지
좋아 좋은 선수, 탁월한 지도자가 넘쳐난다. 2011~2012 시즌 분데스리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리그의 총 매출은 전 시즌 대비 7.2%
상승했다. 그 중 유스 시스템에 대한 투자는 8.4% 늘었다. 덕분에 분데스리가는 과거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단순한 축구에다가 세밀한 기술을
겸비했다. 그게 분데스리가 양대산맥인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치른 밑거름이 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바이에른주 최대도시인 뮌헨을 연고지로 한 구단이다. 뮌헨은 전통적으로 독립성이 강하고 경제력이 막강한 도시다. 최범석 대표는 "독일내에서도 자존심과 자부심이 가장 강한 게 뮌헨 사람들"이라면서 "독일을 대표하는 부르조아 구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에른 뮌헨 팬이든 아니든 독일 축구팬들은 독일 최고 구단으로 뮌헨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라인강 근처 노동자들이 많은 곳에 있다. 도시 크기는 크지 않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프로레타리아'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노동자들이 대다수 팬 층을 구성하고 있다. 홈 경기가 있을 때마다 도르트문트 구장은 8만 명 안팎 관중이 운집한다. 분데스리가가 세계축구리그 중 가장 많은 평균관중을 보유하고 있는 리그이며 그 중 도르트문트는 전 세계 축구구단 중 평균 최다 홈 관중을 불러 모으고 있는 팀이다. 독일 언론들은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다투게 됐다는 독일 지역적인 관점보다는 독일축구가 유럽축구를, 더 나아가 세계축구를 정복하게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축구 전문지 '키커'는 "독일 결승"이라는 간단한 문구로 자부심을 표현했다.
축구는 얼핏 보기에는 다 비슷한 것처럼 저마다 다 다르다. 브라질은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운 축구를 한다. 일본은 조직이 생명인 플레이가 특징이다. 한국은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인은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비판 속에서도 점유율이 높은 축구를 추구한다. 이탈리아는 볼을 빼앗길 수 있어도 사람은 놓쳐서는 안 된다며 공보다는 상대 선수에 대한 집중력이 높은 거친 플레이를 주로 한다. 아르헨티나는 유럽과 남미의 장점이 혼합된 늑대 같은 축구를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다. 과거 독일 축구는 골킥, 그리고 한 두 차례 패스에 이은 간결한 슛, 측면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을 구사해왔다. 즉, 가능한 짧은 루트로, 가장 빠르고 간단하게 공을 골문에 보낸 뒤 큰 체격을 앞세워 슈팅하는 식이었다(물론 지금은 스루패스 등으로 플레이가 다양화됐지만). 그건 독일식 합리주의에 기반을 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독일 사회는 기본(또는 핵심, 코어), 시스템, 능력주의, 기술존중 등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모든 분야에서 기본, 핵심, 코어를 중시한다. 또 독일은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사회다. 가변성, 불안감, 의외성
등은 당연히 무시된다. 그래서 독일 사회는 재미없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그래서 독일 사회는 정확하고 예측가능하다는 호평도 받는다. 최범석
대표는 "독일에서 대학교에 입학하는 비율은 25% 수준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들만 대학에 가는 것"이라며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은
기술을 익힌 뒤 사회로 곧바로 나오며 이들은 학교에서 실용적인 학습을 한 덕분에 사회에 나오자마자 제몫을 해낸다"고 말했다. 월급 인상, 승진
등을 결정하는 요인은 업무능력과 그로 인한 성과일 뿐 학연, 지연, 혈연 등 인간관계가 아니다. 최범석 대표는 "독일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이런
정신들이 그대로 축구에서도 이어졌다"면서 "독일처럼 유소년육성, 지도자교육 등 체계화된 시스템에 의한 인재육성을 중시하는 국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현재 지구촌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불황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중국이 과거보다는 떨어지는 경제성장률에 고심하고 있을 때, 넘치는 돈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게 독일이다. 스페인, 그리스 등 적잖은 유럽 국가들이 경제난으로 고생하지만 독일만은 승승장구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중심국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도 독일이다. 스페인, 그리스는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야 연명할 수 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자국 재정상태 공개를 꺼려하고 있다. 이를 독일은 못마땅하게 여긴다. 철저하게 독일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이 노력해서 번 돈을 남의 나라에 주려면, 그에 앞서 그 나라 '장부'를 먼저 봐야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경제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유럽에서 돈줄을 쥐고 큰소리 뻥뻥 치고 있는 나라가 독일인 것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뮌헨과 도르트문트 맞대결로 결정되는 날,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는 "장기실업으로 좌절하고 있는 스페인이 마지막 희망인 축구에서마저도 무너졌다"며 독일의 승리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독일이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가 주름잡던 축구에서도 세계를 정복했다는 득의양양한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때마침 프리미어리그 QPR은 느닷없이 방한 경기를 취소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먼저 원해서 추진한 방한경기였고 그걸 수락한 게 K리그였다. 그리고 방한경기를 추진할 때도 QPR은 여전히 꼴찌였다. QPR이 "강등된 뒤 팀을 정비하는 게 먼저라고 판단해 방한을 취소했다"는 변명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약당사자인 경남과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영국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반항취소를 알렸다는데서 자존심이 상한다. 예의도 없고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몰상식한 처사다. 그런데 독일프로구단들은 그동안 해외투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축구저변이 약한 곳으로 가서 축구 경기를 마치 서커스처럼 이용해 돈을 버는 게 축구정신에 위배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범석 대표는 당시 뮌헨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를 인용하며 "독일 축구 관점으로 본다면 빅 스타들을 앞세워 해외로 다니면서 돈을 벌려고 하는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구단의 행태가 축구의 핵심과는 동떨어진 행동"이라며 "독일축구가 기본과 핵심, 시스템, 능력주의, 기술존중을 중시하고 있다는 걸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축구가 지금 유럽축구를 석권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때 차범근 감독, 차두리의 에이전트를 했던 독일 유학파 최범석 포루투나2002 대표가 2006년 독일월드컵 기간 중 바이에른 뮌헨 관계자와 식사를 하면서 들은 말이다.
당 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인기구단, 바르셀로나를 필두로 한 스페인리그 명문구단들이 해외 투어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프리미어리그 구단은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돈을 벌었다. 좋게 말해서 글로벌 투어지, 냉정하게 말하면 축구 저변이 약한 대륙, 국가로 가서 돈을 버는 '글로벌 앵벌이'였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프리메라리가는 프리미어리그보다 조금 늦게 해외투어를 시작했다. 그러나 목적은 프리미어리그와 똑같았다. 머천다이즈 상품 판매, 중계권 판매 등이 목적이었다. 이에 대한 바이에른 뮌헨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최범석 대표에 따르면 뮌헨 구단 관계자는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리가의 해외투어는 축구 자체가 갖고 있는 축구정신과 핵심코어를 전파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스타를 앞세워 돈벌이를 하는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바이에른주 최대도시인 뮌헨을 연고지로 한 구단이다. 뮌헨은 전통적으로 독립성이 강하고 경제력이 막강한 도시다. 최범석 대표는 "독일내에서도 자존심과 자부심이 가장 강한 게 뮌헨 사람들"이라면서 "독일을 대표하는 부르조아 구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에른 뮌헨 팬이든 아니든 독일 축구팬들은 독일 최고 구단으로 뮌헨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라인강 근처 노동자들이 많은 곳에 있다. 도시 크기는 크지 않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프로레타리아'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노동자들이 대다수 팬 층을 구성하고 있다. 홈 경기가 있을 때마다 도르트문트 구장은 8만 명 안팎 관중이 운집한다. 분데스리가가 세계축구리그 중 가장 많은 평균관중을 보유하고 있는 리그이며 그 중 도르트문트는 전 세계 축구구단 중 평균 최다 홈 관중을 불러 모으고 있는 팀이다. 독일 언론들은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다투게 됐다는 독일 지역적인 관점보다는 독일축구가 유럽축구를, 더 나아가 세계축구를 정복하게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축구 전문지 '키커'는 "독일 결승"이라는 간단한 문구로 자부심을 표현했다.
축구는 얼핏 보기에는 다 비슷한 것처럼 저마다 다 다르다. 브라질은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운 축구를 한다. 일본은 조직이 생명인 플레이가 특징이다. 한국은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인은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비판 속에서도 점유율이 높은 축구를 추구한다. 이탈리아는 볼을 빼앗길 수 있어도 사람은 놓쳐서는 안 된다며 공보다는 상대 선수에 대한 집중력이 높은 거친 플레이를 주로 한다. 아르헨티나는 유럽과 남미의 장점이 혼합된 늑대 같은 축구를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다. 과거 독일 축구는 골킥, 그리고 한 두 차례 패스에 이은 간결한 슛, 측면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을 구사해왔다. 즉, 가능한 짧은 루트로, 가장 빠르고 간단하게 공을 골문에 보낸 뒤 큰 체격을 앞세워 슈팅하는 식이었다(물론 지금은 스루패스 등으로 플레이가 다양화됐지만). 그건 독일식 합리주의에 기반을 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독일은 현재 지구촌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불황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중국이 과거보다는 떨어지는 경제성장률에 고심하고 있을 때, 넘치는 돈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게 독일이다. 스페인, 그리스 등 적잖은 유럽 국가들이 경제난으로 고생하지만 독일만은 승승장구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중심국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도 독일이다. 스페인, 그리스는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야 연명할 수 있으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자국 재정상태 공개를 꺼려하고 있다. 이를 독일은 못마땅하게 여긴다. 철저하게 독일입장에서 본다면 자신들이 노력해서 번 돈을 남의 나라에 주려면, 그에 앞서 그 나라 '장부'를 먼저 봐야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경제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유럽에서 돈줄을 쥐고 큰소리 뻥뻥 치고 있는 나라가 독일인 것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뮌헨과 도르트문트 맞대결로 결정되는 날,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는 "장기실업으로 좌절하고 있는 스페인이 마지막 희망인 축구에서마저도 무너졌다"며 독일의 승리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독일이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가 주름잡던 축구에서도 세계를 정복했다는 득의양양한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때마침 프리미어리그 QPR은 느닷없이 방한 경기를 취소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먼저 원해서 추진한 방한경기였고 그걸 수락한 게 K리그였다. 그리고 방한경기를 추진할 때도 QPR은 여전히 꼴찌였다. QPR이 "강등된 뒤 팀을 정비하는 게 먼저라고 판단해 방한을 취소했다"는 변명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약당사자인 경남과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영국언론을 통해 일방적으로 반항취소를 알렸다는데서 자존심이 상한다. 예의도 없고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몰상식한 처사다. 그런데 독일프로구단들은 그동안 해외투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축구저변이 약한 곳으로 가서 축구 경기를 마치 서커스처럼 이용해 돈을 버는 게 축구정신에 위배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최범석 대표는 당시 뮌헨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를 인용하며 "독일 축구 관점으로 본다면 빅 스타들을 앞세워 해외로 다니면서 돈을 벌려고 하는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구단의 행태가 축구의 핵심과는 동떨어진 행동"이라며 "독일축구가 기본과 핵심, 시스템, 능력주의, 기술존중을 중시하고 있다는 걸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축구가 지금 유럽축구를 석권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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