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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야구(미국).추신수.류현진.박찬호.

[베이스볼 라운지] 류현진과 포수 논란과 '화이트삭스 코치' 이만수

[베이스볼 라운지] 류현진과 포수 논란과 '화이트삭스 코치' 이만수

미국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륙한 괴물투수 류현진(26,LA 다저스)의 공 하나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과 함께 다저스에 입성한 류현진은 올 시즌 5경기에서 2승 1패 평균자책점 3.41로 활약 중이다. 퀄리티스타트는 4번으로 선발투수로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 있으며 탈삼진은 34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0위에 올라 있는데 신인 가운데서는 류현진이 최고 순위다. 한국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린 뒤 미국에 진출, 연일 호투를 펼치고 있는 류현진이다.

특히 류현진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시티필드에서 벌어진 뉴욕 메츠전에서 미국진출 이후 최고의 피칭을 했다. 7이닝 3피안타 8탈삼진 3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고 투구수도 109개(스트라이크 70개)로 이상적이었다. 다만 타선이 터지지 않아 류현진은 시즌 3승(팀은 3-2 승리)을 올리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도 충분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포수의 리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류현진은 5회까지 1피안타 1볼넷에 투구수 65개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 완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6회 류현진은 흔들리며 실점을 했다. 발단은 선두타자 루벤 테하다였다. 류현진은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았는데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가 3구와 4구를 타자 눈높이 빠른 유인구를 요구했다. 결국 테하다는 볼넷으로 걸어 나갔고 류현진은 동점까지 허용했다. 6회에만 투구 수 32개로 7회까지밖에 던지지 못했다.

포수 리드 논란의 요지는 포수 에르난데스가 잘 던지던 류현진에게 큰 의미가 없는 유인구 두 개를 요구,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에르난데스의 당시 리드가 류현진의 6회 1실점에 대한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경기 후 "(포수 에르난데스와)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1회부터 그리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포수의 리드가 투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야구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포수의 볼배합에 따라 투수의 성적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상대 타자의 기록을 분석해서 사인을 내는 것이 포수의 임무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포수 리드가 강조되는 편이다. 좋은 포수는 투수의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그러한 의견에 회의적이다. 포수는 어디까지나 투수를 보조하는 역할까지라는 것이 최근의 시각이다.

여기에 대해 SK 이만수 감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코치연수를 받았을 때 경험을 말한 적이 있다. 이 감독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화이트삭스에서 불펜코치로 있었는데 거기에서 악동으로 유명한 포수 A.J. 피어진스키와 만났다. 한 날은 화이트삭스 투수가 올라갈 때마다 상대 타자에게 얻어맞았다. 그래서 이 감독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던 피어진스키를 불러 "그런 식으로 하면 널 빼버릴 것이다. 똑바로 리드를 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피어진스키는 이 감독에게 벌컥 화를 내며 "너희 나라에서는 그렇게 야구를 하냐. 만약 내가 빠지고 난 뒤 포수가 부상을 당하면 누가 마스크를 쓸 거냐. 투수가 안타를 맞는 것이 어떻게 포수 때문이냐"고 대들었다 한다. 이후 이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와 2011년 SK 지휘봉을 잡은 뒤 포수들에게 리드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한다. 포수 출신 감독답지 않은 행보다.

이 감독은 "포수의 첫 번째 덕목은 포구, 그 다음이 블로킹과 송구"라고 강조한다. 투수를 리드하는 건 맨 마지막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SK는 투수 마음은 투수가 가장 잘 안다며 배터리코치 대신 투수코치가 포수에 사인을 낸다. "포수가 리드하는 그대로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얼마나 되냐. 포수는 투수를 편하게 해 주면 되는 것"이라는 것이 이 감독의 지론이다.

류현진을 둘러싼 포수 논란도 이러한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포수의 리드는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다. 에르난데스 때문에 류현진의 승리가 날아갔다면,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춰 잡아낸 21개의 아웃카운트 역시 에르난데스 덕분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류현진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에 "포수 리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한 것이 아닐까.

OSEN 이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