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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교육 대통령)선거/전 교조결성 이적단체

전교조 등쌀에… 혁신학교 교장들 "혁신 반납하고 싶다"

전교조 등쌀에… 혁신학교 교장들 "혁신 반납하고 싶다"

  • 심현정 기자
  • 입력 : 2013.04.27 03:10 | 수정 : 2013.04.27 05:54

    ["전교조가 교사 人事 다 정해놓고 도장만 찍으라고 해"… 서울 교장·교감 간담회자료 입수]

    -곽노현 당선 후 확대된 혁신
    학교너무 힘들어 '명퇴' 신청하니 교사들 "교장? 아무나 와도 돼"
    -진보단체에 운영권 넘어간 학교도
    학부모회장이 통진당 당원… 학교운영委까지 한자리씩 차지

    "혁신학교 반납하면 안 될까요? 우리 학교에 있는 전교조 교사들도 원래 학교로 돌려보낼 방법이 없겠습니까?"(혁신학교 A 교장)

    "마음 맞는 교사들끼리 모여 결정을 내리고 이의를 제기하면 '반(反)혁신 분자'라고 낙인찍어 따돌립니다. 전임 교장은 교사들이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바람에 혈압이 올라 병원에 입원도 했답니다."(혁신학교 B 교감)

    지난 2월 중순 서울시교육청 회의실. 혁신학교로 지정된 초·중·고 교장·교감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을 만난 자리에서 "도저히 학교를 운영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혁신학교는 지난 2010년 교육감선거에서 진보·좌파 성향의 교육감 6명이 당선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3월 현재 전국에 혁신학교가 456개 있다. 초·중·고교는 교육청에 의해 학교가 배정되므로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혁신학교를 지원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가 없다. 혁신학교 중에는 토론 수업과 체험 활동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학교도 있지만, 전교조 교사 비율이 높은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이들이 학교 행정을 좌지우지하는 바람에 교내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교장,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라"

    서울에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초·중·고교가 67개 있다. 이 가운데 전교조 교사 비율이 50% 넘는 학교는 8개, 30~50% 이상인 학교는 14개가 있다. 반면 전교조 교사가 한 명도 없는 혁신학교도 6개다.

    26일 본지가 입수한 '혁신학교 교장·교감 간담회' 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해 불만을 토로한 혁신학교 교장들이 속한 학교는 전교조 비율이 높은 곳이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학교 주요 사안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고 호소했다. C 교장은 "전교조 교사들이 '다모임'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부장교사 인사까지 다 결정하고 나에게 몰려와 '도장 찍으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있던 한 교감은 이들의 등쌀을 견디다 못해 교육청에 '전근시켜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부 혁신학교는 진보 성향 단체에 운영권이 넘어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D 교장은 "학부모회장은 통합진보당 당원이며, 학교운영위원회도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교사 연수를 진보 시민단체에서 하는 강의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 전(前) 교장의 경우 "혁신학교에서 교장으로 일할 자신이 없다"며 임기를 2년 남긴 올 초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우리 학교는 교사 전원이 전교조 교사"라며 "내가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하니 교사들이 '누가 교장으로 와도 상관없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F 교장은 "진보단체 작가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외부강사 인력풀은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에서 조례 추진

    G 교장은 "혁신학교가 되면 매년 1억500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해 신청했는데 막상 운영해보니 5000만원이면 충분하더라"며 "혁신학교 예산을 다른 학교에 골고루 나눠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9월과 11월 전교조 교사 출신 등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들이 '혁신학교 조례'를 발의했다. 이 조례의 골자는 혁신학교의 지정과 취소를 '혁신학교협의회'로부터 심의받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들과 이념이 다른 보수 교육감이 부임해도 혁신학교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이 조례는 학교 지정·취소·운영 등을 교육감 권한으로 명시한 상위법과 위반된다"는 논리를 펴며 이 조례에 반대하고 있다.

    오는 2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이 조례를 30일의 본회의에 상정할지를 논의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만약 30일 열리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조례가 통과된다면 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할 것이며, 그래도 안 되면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혁신학교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학급당 학생 수를 대폭 줄이고, 교사들에게 교육과정과 학생 평가에 대한 자율권을 확대해주는 등 진보 교육감 등이 추진해온 학교 모델. 지난 2009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했으며, 서울에서는 지난 2011년 곽노현 교육감이 이를 받아들여 ‘서울형 혁신학교’를 지정하기 시작했다. 혁신학교를 신청하려면 교사와 학교운영위원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하며, 지정되면 매년 1억원 넘는 예산이 추가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