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2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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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이라크전 초기인 지난 2003년 4월 7일 미군의 B-1 폭격기가 사담 후세인이 숨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바그다드의 한 주택가에
합동직격탄(JDAM)을 투하했다. 합동직격탄은 민가를 명중했지만 후세인은 잡지 못했다. 당시 미 정보 당국이 후세인이 민가에 숨어있다는 첩보를
입수, 이를 B-1 폭격기에 전달해 폭격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0분.
과거 전쟁에 비해 첩보 입수에서 타격까지 걸린 시간이
엄청나게 짧아진 것이다. 2차대전 때는 며칠이 걸렸고 1991년 걸프전 때는 몇 시간 단위로 짧아졌던 것이 이라크전에선 분 단위로 단축된
것이다. 또 걸프전에서는 전장(戰場)의 15%만 탐지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무인기(UAV) 등 각종 첨단 감시 정찰 장비의 발달로 전장의
90%를 감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전쟁의 안개(Fog of War)'로 표현되는 전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비약적 발전을 한
것이다. 전략 사상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장의 기상, 통신 미숙, 전쟁 계획의 예상치 못한 변경, 기타 전장 환경에 따른 예상 밖 문제들이 안개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고 설파했다.
우리 군에서도 이런 전쟁의 안개를 걷어내고 첨단 무기들의 도움을 받아 30분 안에 북한 핵무기 등을
탐지, 타격하게 하는 '킬 체인(Kill Chain)'을 추진 중이다. 수년 내에 북한의 핵탄두(彈頭) 미사일이 현실화해 북한이 쏘려 할 경우
발사 직전 때리는 선제(先制) 타격이 성공하려면 이 킬 체인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그러면 군 당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종합 감기약'처럼 강조하고 있는 킬 체인이 실제로 잘 작동할 수 있을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한 한·미 군 당국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북한은 최근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사거리 3000~4000㎞)을 비롯, 스커드(사거리
300~500㎞)·노동(사거리 1300㎞) 미사일 등을 쏠 듯한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이것들은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움직인다. 발사 움직임을
보인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는 최대 7~8기(基)로, 10기가 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숫자가 많지 않지만 한·미 당국은 이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200여㎞ 떨어진 문제 지역을 24시간 감시할 수 없고, 구름이 끼면 미 정찰위성 등이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이례적으로 대북 정보감시태세(워치콘)를 2단계까지 격상해 감시 수준을 높이고 정찰
장비도 총동원하다시피 해 추적하고 있지만 10기도 되지 않는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를 다 추적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100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이 터지면 북한은 이동식 발사대 수십 기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미사일 발사를 시도할 것이다. 평상시에 10기도 안 되는 이동식 미사일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면서 전시(戰時)에 어떻게 이동식 미사일
100여기를 추적해 30분 안에 파괴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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