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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악2

MC 빼고 다 똑같은 가요 프로를 위한 쓴소리

MC 빼고 다 똑같은 가요 프로를 위한 쓴소리
엔터미디어|
노준영|
입력 2013.04.16 15:39
|수정 2013.04.16 15:41
 
- 물갈이 나선 가요 프로그램, 이렇게 바꿔라
- 가요 프로, 순위·아이돌 집착을 버려야 산다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필자가 방송 작가를 하며 배운 건 크게 3가지 였다. 첫 번째는 체력도 능력이라는 사실, 늘 100%를 담보하지 못하는 저질 몸뚱아리였던 내게 운동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다. 두 번째는 생각의 중요성, 평소 생활이 결코 머리를 굴리는 패턴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깨달았다. 세 번째는 방송은 결국 시청률 놀음이라는 것, 콘텐츠가 아무리 좋아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필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폐지와 신규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다. 한 마디로 재정비다.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TV 앞에 앉아있는 황금 시간대라면 더욱 그렇다. 끊임없는 고민과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방송계에서 목, 금, 토, 일, 무려 4일 동안 변함없이 시청자들을 찾아가는 방송이 있다. 출연진도 비슷하고 형식도 거의 똑같다. 하지만 표절 논란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가요 프로그램이다. 가요 프로그램은 저마다 소위 말하는 가장 좋은 시간대 중 하나에 배치되어 있다. 공개 방송이라는 포맷을 채택해 시청자들의 현장 참여를 돕고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시의성 넘치는 가수들을 섭외하다 보니 출연진도 거의 흡사하다. MC 빼고는 다른 점을 크게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다 보니 방송사는 남다른 고민에 직면했다. 뭔가 달라지고 싶은 것이다. 자신들만의 색깔,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켜 보겠다는 제작진의 의지는 날로 커져갔다.

그래서 처음 뽑은 칼날이 바로 순위제를 손대는 것이었다. 방송사 마다 기준을 다르게 해 각자 발표하던 순위를 폐지하는 곳이 늘어났다. 연말 시상식처럼 우후죽순으로 존재하는 순위가 별 의미가 없다는 자각이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다시 순위제를 부활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며 저마다 다른 순위를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발표하고 있다. 이 부분은 여전히 생각이 필요한 부분이다. 순위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물론 100% 만족하는 해답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같은 땅을 밟고 서 있는 사람들의 성격이 모두 다른 것처럼, 그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기준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방향성이란 존재할 수 있다. 특히 순위라면 말이다.

순위제는 좀 더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대중음악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세대층이 좀 더 분화된 만큼 장르를 세분화 할 필요도 있다. 단적인 예로 매주 발표되는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와 하루하루 바뀌는 음원 차트의 실시간 순위에 장년층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 향유하는 음악의 장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장르의 마니아 층들도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자신들의 듣는 음악도 소개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빌보드 차트는 장르를 상당히 세분화해서 다양한 음악을 듣는 청자들이 어느 정도까지는 공감할 수 있는 폭을 남겨둔다. 그래서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고, 차트하면 '빌보드' 가 생각날 정도로 이미지를 공고하게 다졌다.

현재 음악적 소비의 취향은 철저히 개별화 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줄만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정해진 방송 시간 내에 모든 걸 다 발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방송사와 각종 미디어, 그리고 관련 기관들이 이런 경향을 피부로 느끼고 변화를 향한 움직임을 취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하나의 주제는 바로 인디 음악이다. 사실 여태껏 가요 프로그램들은 인디 음악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인디 음악도 가요다. 가요 프로그램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는 시간에 어느 정도는 시간 안배를 하는 게 맞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기회의 평등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최근 모 가요 프로그램에서 '쇼케이스' 라는 코너를 신설해 인디 뮤지션들을 출연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지속성 면에서 아직까지는 의구심을 가지게 만든다. 시간적 측면에서도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모습은 결코 아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소위 잘 나가는 아티스트나 혹은 시청률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섭외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케이팝이라는 단어에 담겨진 뜻을 한 번쯤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우리의 음악을 듣는 청자들은 좀 더 다양한 측면을 원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아티스트 외에 어떤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어떤 장르를 소화하고 있는지도 궁금해 하고 있다. 결국 인디라는 장르를 가요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일은 케이팝의 저변을 확대하고, 좀 더 넓은 음악 소비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인디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는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음악이 아닌, 대중들에게 폭넓게 소개되고 이들 중 맘에 드는 음악을 대중들이 취사선택할 수 있게끔 만들 필요가 있다. 기회의 균등이다. 가요계에서 음악을 만들어 내고 부르는 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음악을 홍보할 수 있는 무대에 설 수 있어야 한다.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이 이런 저변을 확대해 진정한 의미의 케이팝을 구현하는 데 앞장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요 프로그램은 필수적인 편성 요소가 아닐까 한다. 기왕 필수적이라면 갖춰야 할 요소들을 두루 보유하고 있으면 더욱 좋다. 해외 팬들도 많이 시청하고 있다니 케이팝의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에서 좀 더 넓은 범위를 다뤄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떡거리게 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