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요원의 고백 "첩보원 확보하기 위해 性病 치료 도운 적도"
입력 : 2013.04.13 03:25 / 수정 : 2013.04.13 05:06
"북한 외교관 중 포르노 마다한 이 없어" 저자가 말하는 정보기관 1원칙은 '인간'
"나는 CIA 요원이었다."
20여년간 CIA 공작원으로 아프리카와 중동,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며 대테러담당조정관이라는 고위직까지 역임한 저자가 책을 내자, 작년 미국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무덤까지 비밀을 가져가는 스파이 세계에선 유례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민에게 알릴 부분은 알려야 한다"며 책 출간을 강행했다. 냉전 종식 후 느슨해진 안보의식과 예산 삭감 논란 등을 지켜보며 정보기관원으로서 느낀 비애감도 책 출간에 한몫했다.
정확한 연도와 지명, 인명은 모두 감추고 있지만 저자가 언급한 공작의 사례들은 웬만한 첩보영화 이상의 생동감이 있다. CIA 요원으로서 첫 임무는 현지 첩보원 확보. 돈으로 매수하고, 애국심을 자극하고, 빚을 대신 갚아주고, 심지어 성병(性病) 치료까지 도와주는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3~4번씩 자동차를 갈아타고, 무인 등대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공작원과 첩보원은 관계를 이어간다. 어차피 가명(假名)이니 서로 이름은 묻지 않는다.
뼈아픈 실패도 실토한다. '표적'의 아파트에 도청장치를 설치했으나 6개월이 되도록 아무 성과가 없었다. 반년 후 아파트에 다시 침투해 도청장치를 회수하면서 저자는 털어놓는다. "우리는 표적이 조금이라도 정보를 누설할 가능성이 있는지 충분히 연구하지 않았다. 이후로 청각정보 공작을 고려할 때마다 나는 표적이 얼마나 수다스러운지 조사하게 됐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정보기관원의 제1원칙은 '인간'이다. 감정이입이 가능할 정도로 표적의 인간적 면모와 경제 상태, 문화인류학적 지식까지 '깊은 정보'를 파악해야 제대로 된 공작이 가능하다는 것.
'007'보다는 '본' 시리즈에 가까운 진지하고 처절한 스파이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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