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기자의 북앤수다] "그래, 난 잘난 척하는 신부다… '그분' 앞만 빼고"
입력 : 2013.04.04 03:05 / 수정 : 2013.04.04 08:54
[자기계발서 밀리언셀러 작가 차동엽 신부]
사제가 '세속의 성공'을 강연? 종교의 목적은 '인간 완성'… 난 영혼을 자기 계발시킨다
낮은 곳에 없는 건 늘 부채감, 책 20권 쓰고 강연 5000번… 번 돈, 월급 주고 책 만든다
나 또한 서울 달동네 출신, 하지만 누구도 원망 안했다… 원망할 시간에 현장서 뛰어라
- 어수웅 기자
궁금했다. 신부(神父)가 왜 대중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쓰는가. 밀리언셀러 '무지개 원리'부터 최근작 '희망의 귀환'까지, 차동엽(55) 신부는 총 300만부가 넘게 팔린 자기계발서의 저자이자, 연 600회 가까운 대중강연을 하는 스타 강사다. 자기계발과 힐링 서적을 홀대해서가 아니라, 이 영역이라면 이미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똔똔(본전)' '꼬라박다' 등 저잣거리의 언어에도 익숙하고, '나는 인생해설가' 등 자기 선전에도 능한 그에게 심지어 '떠돌이 약장수'라는 비판도 있다. 2011년에는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작고하기 전에 물었다는 신(神)과 관련한 24개 질문과 답변의 공개로도 유명해진 화제의 신부. '신부님' 뒤에 계신 분이 두려웠지만, 은근슬쩍 물었다.
―'힐링'과 성공을 위한 강연과 저술을 하는 사람은 이미 많다. 굳이 사제(司祭)까지 뛰어드실 필요가.
"(웃으며) 이분들은 한계가 있다. 다른 분들은 결국 심리학적 힐링, 정신과 의사의 힐링 아니냐. 우리는 또 스님들과도 다르다. 스님들은 보편적인 걸 배우는데, 우리는 서양 철학을 배운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다루지 못한 인간의 심층, 초월의 가능성, 더 통합적이고 깊은 이해가 있다."
―다시, 신부가 왜 자기계발서를 쓰느냐고 묻는다면.
"종교의 목적이 뭔가. 결국 '인간 완성'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계발 아니냐. 물론 세속의 자기계발과는 차이가 있다. 출세 지향이 아니라, 인간 완성으로 향하는 자기계발. 나는 오히려 종교인들이 더 많은 자기계발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세 지향적인 자기계발을 넘어, 초월, 내세, 영원을 향하는, 더 풍요로운 자기계발."
차 신부는 오스트리아 빈대학 유학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강의를 맡았던 줄 레노 박사는 '사목(司牧)'을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단지 '양떼를 돌보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알고 있던 그에게는 충격이었다고 했다. 교회 울타리 안뿐 아니라, 바깥 모두의 상처와 고통까지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게 사제가 할 일임을 깨달았다는 것.
―사제들 중에는 '양'들 곁으로 직접 찾아가 함께 고통을 나누고 봉사하는 이도 많다. 그들에게 부채감이나 열등감은 없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있다. 그러나 결국 선택이다.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 살며 실천하는 방법도 있고, 나같이 심적으로 막힌 곳을 뚫어주는 사람도 있다. '말씀의 치유력'이랄까. 공부한 사람은 공부한 사람으로서의 몫이 있다. 투신(投身)하는 분들보다는 내가 좀 더 폭넓게 활동하는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부채감은 있다. '고생 많이 하는구나, 내가 응원해 줘야지'. 정정하자. 선택이 아니라 '보완'의 문제다."
- 교회 울타리를 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게 차동엽 신부의 희망이다. 그는 지금 길 위의 사제. 축구로 치면‘닥공’(닥치고 공격)의 자세로 사목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잠시 쉬면서 숫자들을 물었다. 차 신부는 "세 보지는 않았다"면서, 책은 대략 20권을 썼고, 강연은 지금까지 5000회 정도는 충분히 했을 것이라고 했다.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저잣거리의 언어에 익숙한 신부님께 세속의 질문을 이어갔다.
―그 돈은 다 어디에?
"(웃으며) 예수님 말씀에 좋은 일 하는 거는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 좋은 데 쓴다. 그리고 내가 소장으로 있는 미래사목연구소의 직원이 대략 40명이다. 내가 받은 강연료는 사실 직원들 월급 주는 데 다 들어간다. 예전에 연구소 부지 땅 사고 건물 지을 때 빚도 많이 졌고. 일반인들 몰라주는 교회 관련 잡지도 두 개나 발행한다. 이제 겨우 '똔똔'이 된 것 같다."
"사실 지식인들 사이에서 이병철 회장에 대한 이미지가 이 책으로 좋아지지 않았나.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와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웃음). 현재 이건희 회장 종교는 원불교 아니냐. 아무래도 아랫사람들이 눈치를 본다고 들었다. 다 평상시 사람이 덕을 쌓아야 한다. 내가 이병철 회장의 질문지를 정의채 몬시뇰로부터 전해 받았지 않나(이 회장은 질문지를 보낸 후 사망했고, 질문에 대한 답은 이후 차 신부가 쓰게 됐다). 평상시 몬시뇰님이 외로울 때 내가 잘 모셨기 때문에 이런 일도 생긴 거다."
―신부님들은 겸손의 상징이라 생각했는데, 신부님은 '자랑'을 많이 하신다.
"(웃으며) 어느 때는 그래서 욕도 먹는다. 하지만 나는 자랑을 해도 진실에 입각해서 한다. 자기 PR의 시대 아니냐. 나는 다른 신부님들에게도 그런다. '뒤로 빼지 마세요, 이것 때문에 교회 망했습니다. TV출연 제안 들어오면 나가서 잘난 체들 좀 하세요!'"
―그래도 욕먹으면 마음이 불편하지 않나.
"전에는 욕먹으면 속이 뒤집혔는데, 지금은 단련이 돼서 괜찮다. 할 수 있는 일을 못 한다고 대답하는 건, 겸손이 아니라 교만 아닌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저분 앞에서만 잘난 체하지 않으면 된다.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다고 하면 나쁘지만,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겸손이다."
차 신부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 출신이다. 소년 차동엽은 초등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하루에 수백 장씩 연탄을 날랐다고 했다. 몰락한 지식인이자 알코올중독자였던 아버지는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았고, 큰형은 군대에 가고 없었다. 둘째 형은 권투를 하겠다며 집을 나갔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원래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뛰지도 않으면서 (입을 가리키며) 요걸로 뛰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 제기할 여유가 있으면, 그 시간에 직접 문제에 뛰어들겠다는 거였다.
차 신부 자기계발서의 미덕을 불교 말씀에 비유하자면, 독화살을 맞은 사람에 대한 응급처치다. 무슨 독인지 분석할 여유가 어디 있나. 그보다 먼저 화살을 빼고 약을 발라줘야 한다는 것. 하지만 고통과 절망의 구조적 원인과 결과 설명에는 친절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신부님이 왜 대중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쓰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지만, 그 응급처치가 근원적인 힐링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소한 그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그 응급처치가 앞으로도 성공할지 여부는, 결국 신부님의 초심 유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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