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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질식사 사건' 1심 뒤엎고 무죄 판결 이유는?

'낙지 질식사 사건' 1심 뒤엎고 무죄 판결 이유는?

뉴시스|조현아|입력2013.04.05 19:05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낙지 질식사 사건'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를 벗게됐다.

법원은 피고인의 진술 외에 유죄를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5일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여자친구 A(당시 21세)씨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김모(32)씨에 대해 무죄를 인정했다.

다만 이번 사건과 무관한 벤츠 차량과 현금 등을 훔친 혐의(절도 및 권리행사방해)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A씨가 실제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인지, 김씨가 고의로 질식사시킨 것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사건 당시 A씨의 시신이 부검없이 화장됐기 때문에 재판부는 오직 김씨와 관련자들의 진술, 당시 정황 등 간접 증거만으로 유·무죄를 판단해야 했다.

우선 1심은 'A씨의 몸에 아무런 흔적이 없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1심에서는 "김씨가 타월 등 부드러운 천을 사용해 입을 막았기 때문에 상처가 남지 않은 것"이라며 "만취한 피해자의 미약한 저항을 김씨가 압도적으로 제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반대로 판단했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만약 김씨가 일부러 A씨의 코와 입을 막았다면 저항을 하게 되고, 얼굴에 상처 등 흔적이 남았을 것"이라며 "A씨의 몸에 아무런 상처가 없는 점 등을 볼 때 낙지에 의해 질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여러가지 조사가 이뤄졌다면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있었겠지만 아무런 조사가 없어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범행 동기도 1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1심은 "김씨가 일정한 직업없이 주변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려 사용한 점, 금전적으로 궁핍한 상태에 있었는데도 과소비를 한 점 등을 볼 때 보험금을 노리고 A씨를 살해할 동기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보험금과 관련된 피고인의 진술에 납득할 부분이 있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A씨의 사망 원인은 다시 미궁에 빠졌고, 김씨의 유·무죄는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앞서 김씨는 2010년 4월 인천시 남구의 한 모텔에서 여자친구 A씨를 살해한 뒤 낙지를 먹다 질식사한 것처럼 꾸며 사망 보험금 2억원을 타낸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A씨는 변사로 처리돼 이틀만에 화장됐고, 사건은 그대로 묻힐 뻔했다.

그러나 김씨가 사건 발생 이후 한달이 채 안 돼 A씨의 이름으로 가입된 생명보험금 2억여원을 수령해갔고, 이를 알게 된 A씨의 유족의 요구로 재수사가 이뤄졌다.

hach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