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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한한 힘/남과 여자 차이

"여성은 유통기한 있다"…美 프린스턴대 출신녀 기고 파문

"여성은 유통기한 있다"…美 프린스턴대 출신녀 기고 파문

  • 이새누리 기자

    입력 : 2013.04.02 16:41

    옮겨가는 회사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지도자로 꼽히는 셰릴 샌드버그(43)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미국에서 출판된 ‘뛰어들어라’(Lean In)는 제목의 자서전 때문이다.

    ◆ 샌드버그 자서전 엇갈린 평가

    샌드버그는 일찌감치 젊은 여성들 사이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세계은행, 재무장관 비서실장을 거쳐 선망의 직장인 구글과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그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성도 고위직에 진출해야 한다”는 캠페인도 앞장서 왔다.

    이번 책에서도 샌드버그는 “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여성들의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여성들은 공부를 잘 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결혼 적령기가 되면 더 이상 손을 들지 않는다”며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책이 나온 후 평가는 엇갈렸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2인자로 올라서기까지 여성으로 겪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한 데 대해서는 페미니스트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고위직에 여성이 드문 현실을 두고 여성들에게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 것은 사회에 여전한 유리 천정(승진에서 보이지 않는 성차별)의 문제를 여성의 책임으로만 내몰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앤-마리 슬로터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서평에다 “책에는 벽에 붙여놓을 만한 구호와 좋은 생각들로 가득하다. 문제는 그녀가 여성 내부의 장애물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 “졸업 전에 남편감 찾아야” 기고 역풍

    여기에 또 한명의 아이비리그 출신 여성까지 가세했다. 1973년에 프린스턴대에 입학해 1977년 졸업한 수잔 패튼이라는 여성은 지난달 29일 모교 신문인 데일리 프린스터니언(Princetonian)에 샌드버그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제목은 ‘프린스턴의 젊은 여성에게 하는 충고’. 글의 요지는 ‘여성의 행복은 대학을 다니는 4년 동안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패튼은 “졸업하기 전에 남편감을 찾으라”며 “남성은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기간이 (여성보다) 더 긴 반면, 여성에게는 유통기한(shelf life)이 있다”고 썼다.

    패튼은 대학 졸업 후 뉴욕시에서 기업자문을 하는 사업 대표를 맡았다가 서른이 되던 해 아이비리그에 속하지 않은 대학 출신 남성과 결혼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혼한 상태에 프린스턴대에 다니는 두 아들이 있다고 CNN머니가 2일 보도했다. 패튼은 기고문에 “(샌드버그의) 책을 보고 나서 프린스턴 여성 후배들에게 엄마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며 “샌드버그는 개인의 차이를 놓쳤다”고 썼다. 패튼은 또 “자신보다 덜 똑똑한 남성과 결혼하는 것은 여성을 좌절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나도 프린스턴 출신과 결혼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기고문은 학내외에 파문을 낳았다. 한때는 대학 신문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신문 홈페이지에 실린 기고문에는 그의 주장을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대학 신문은 2일 기고문을 풍자하는 프린스턴대 2학년 재학생의 글을 따로 싣기도 했다. 편집인은 “패튼의 기고가 나간 뒤 엄청난 양의 피드백을 받았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다루고 있다”며 주중 이런 피드백을 모아 특별 섹션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