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았다가도 모르겠다. 무슨 생각인지 짐작했다가 예상을 빗나가면 혼란스럽다. 남편을 대하는 아내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그게 가능한 일이라면 한 번쯤 몰래 남편의 속내를 엿듣고 싶다. 날 아직 사랑하고 있는지, 아이들 걱정은 하고 있는 건지, 지금 하는 일은
잘되고 있는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말이다.
2 이성민 조각가, 38세, 결혼 8년 차, 1남1녀
3 황윤호 내과의사, 32세, 결혼 3년 차, 1남
4 조용승 변호사, 36세, 결혼 4년 차, 1녀
Part 1 결혼, 후회가 되기도 하나요?
이성민 :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밤에 눈 감고 잘 때까지요.(웃음) 저는 소위 예술가랍시고 작업을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동시에 한 여자의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빠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란 말이에요. 돈 버는 목적을 가진 일을 하지 않고 있으면서 돈을 벌어 가족을 보살펴야 한다는 것, 그 사이의 괴리에서 늘 결혼이라는 걸 후회합니다.
기자 : 조각가와 교사라… 정말 정반대의 위치인데요.
이성민 : 그렇죠. 연애를 오래 했지만 결혼 초에 그래서 많이 싸웠어요. 아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초등학교 교사예요. 늘 안정적인 동료 교사들의 삶을 보는 거죠. 그런데 저는 정반대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안한 직업을 가졌잖아요. 언제가 한번은 부부싸움을 하는데 아내가 “넌 다 좋은데 직업이 맘에 안 들어!”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무너지더라고요. 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거잖아요. 다 결혼 초의 일이에요. 아! 왜 결혼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을 하셔가지고.(웃음)
조용승 : 조각가 선생님이 힘들었던 얘길 하셨는데요. 바로 다음번에 얘기하기엔 좀 미안한 소린데…. 저는 사실 결혼 후회한 적이 아직까진 없어요.(일동 웃음) 왜냐면 저도 연애를 오래 했지만 직장 때문에 결혼 후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 보니까 싸울 일도 없고, 또 설령 있다 해도 ‘일주일에 한 번 보는데 싸우면 어쩌나. 내일이면 또 가야 하는데.’ 하고 조심하죠.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후회는 없어요.
기자 : 그럼 우리 달인님은요? 결혼 14년 차이시거든요. 이 자리에서 가장 고참이세요.
김경오 : 결혼하고 후회한 건 없는데요. 다만 아내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결혼을 일찍 했어요. 아내는 거의 20대 초반이었거든요. 애들 키우고 살 때야 저는 밖에서, 아내는 집에서 바빴으니까 몰랐는데, 이제 애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니까, 엄마 손이 많이 필요 없잖아요. 저는 제 일이 탄탄해졌고요. 아내가 이제 30대 초중반인데 다시 일을 하려고 해도 마땅찮으니까 스스로 힘들어해요. 그런 모습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결혼을 좀 늦게 했으면 아내가 직장도 좀 탄탄하게 잡아 좋고, 경력도 만들어 좋았을 텐데….’ 싶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황윤호 : 결혼을 후회한 적은 저도 없고요.
이성민 : 뭐예요. 나만!(일동 웃음) 그럼 저도 다시 말할게요.
황윤호 : 남들이 다 하는 정도의 후회? 불만 정도는 있죠. 아직 결혼 안 한 친구들의 연애담을 들을 때 전해져오는 설렘이랄까. ‘아! 나도 예전에 아내와 그랬었지. 만약 결혼을 아직 안 했다면 나도 저런 설렘을 찾았겠지.’ 아니면, 아내와 의견이 맞지 않았을 때 ‘다른 여자들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 정도는 해요. 하지만 그건 잠깐의 상념이죠. 만약을 전제로 하는.
Part 2 여자로 다가오던 시간, 결혼을 결심하게 된 순간
황윤호 : 저희는 캠퍼스 커플이었어요. 제가 다닌 의대는 인원이 적었어요. 또 의대라는 곳이 워낙 바쁘니까 밖에서 찾기도 힘들고, 그렇다 보니 안에서 경쟁이 치열했죠. 그 안에서 제일 괜찮은 친구를 잡았다고… 스스로 자부합니다.(웃음)
기자 : 네, 제가 이 부분 잘 써드릴게요. 아내분 보시기에 흡족하시도록이요.(일동 웃음)
김경오 : 저는 아는 선배가 대형 마트 안에 입점해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계셨는데요. 몸이 안 좋다고 보름만 도와달라는 거예요. 마침 이직을 하려던 차라 시간이 있었어요. 아내는 그때 재수 중이었는데, 잠깐 마트에 알바하러 와있었고요. 보시다시피 제가 키가 작잖아요. 그래서 키 큰 여자가 좋았어요. 무조건 여자 키만 봤어요, 저는.
기자 : 아내분이 더 크세요? 나란히 서있으면 확연히 차이 날 정도로?
김경오 : 네, 아내가 170㎝예요. 저는 그보다 작고요.(웃음) 빵 굽는 곳은 반이 선팅돼 있잖아요. 주방에서 아내 얼굴만 보이는 거예요. 다른 여자들은 키가 작으니까 아래의 가려진 부분에 있고요.(일동 웃음) 자꾸 보니까 좋더라고요. 빵도 너무 좋아해서 만날 사러 오는 거예요. 특히 바게트 빵을요. 그래서 제가 바게트 빵을 직접 구워서 크게 특별 샌드위치를 만들어줬죠.
기자 : 그게 꽃다발 대신이었던 거죠? 빵을 만드는 남자의 프러포즈 꽃다발!
김경오 : 그렇죠. 제 마음이었죠. 딱 보니까 좋아하는 눈치더라고요. ‘아! 됐구나.’ 했죠.(웃음)
일동 : 우와! 완전 로맨스네요, 로맨스. 빵을 만드는 남자만의 로맨스.
김경오 : 제가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하거든요. 그래서 170㎝이하는 아예 안 만났어요.지금까지 만난 여자 중 제일 작은 여자가 168㎝이었어요.
기자 : 헐, 제가 165㎝인데요. 저도 작은 키로는 안 보이는 편인데….
김경오 : 아니요. 안 만나요.(일동 웃음) 아내가 딱 170㎝이라고 했거든요. 근데 나중에 결혼하고 보니까 168.5㎝래.(웃음)
조용승 : 저는 야구 동호회에서 만났어요. 제가 야구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와이프 친구가 모임의 회원이었는데, 어느 날 아내를 데리고 왔더라고요. 처음부터 인상은 좋았어요. 하지만 당시 저는 사법고시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연애를 섣불리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요. 그렇게 아는 사람으로 한 2년 정도 시간을 흘려보냈죠.
기자 : 그럼 어느 지점에서 연인으로 발전하신 거예요?
조용승 : 제가 한때 보드에 재미를 붙여서 꽤 열심히 탔었거든요. 종종 타러 갈 때마다 아내도 무리에 껴서 가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같이 보드를 타러 갔는데, 소위 ‘눈이 맞는다’고 하죠.(웃음) 고글을 썼는데… 이상하게 그 고글 너머로 눈빛이 아른거리는 게 그렇게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때, 딱! 여자로 보이더라고요.
황윤호 : 첫눈에 반해서 하는 연애도 있겠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인데, 심지어 처음에는 여자로 보이지도 않고 내 맘에 들지도 않은 사람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로 보이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기자 :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황윤호 : 네.(웃음)
이성민 : 저희는 부산 종합학원 인문1반 커플이었죠.
일동 : 하하. 재수생 커플이셨구나.(웃음)
이성민 : 저는 서울로 대학을 오고, 아내는 부산에 있는 교대에 가서 이별 아닌 이별을 한 거죠. 그러다 같이 어울리던 무리 중 하나였던 친구가 군대에 가게 되면서 1년 만에 우연히 만나게 됐어요. 뭐… 그 순간부터 연인이 된 거죠.
Part 3 결혼을 하는 것도, 결혼해 사는 것도 험난하더라
기자 : 연인으로 발전하는 지점이 있듯이,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고자 하는 결심의 순간도 오잖아요. ‘이 여자다!’ 하고 남자들이 결심하는 계기나 순간이 궁금해요.
황윤호 : 의사들은 레지 1~2년 차에 너무 바빠요. 그래서 조금 한가해지는 3~4년 차나 국가고시 보기 이전에 결혼을 많이 해요.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었고, 양가 부모님들도 적당한 때라며 진행을 하시고…. 그냥 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간 면이 있죠.(웃음) 스물아홉 살에 결혼했는데요. 보통 남자들 치고는 빠른 편이었지만 어차피 할 결혼이라면 적당한 때에 조금이라도 빨리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
기자 :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라고요?(웃음) 그럼 특별한 프러포즈 같은 거라도 해주셨나요?
황윤호 : 아니요. 그 부분이 제가 아내에게 가장 미안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늘 프러포즈하는 마음으로 당신을 대하며 살겠노라고… 말로는 늘 그러죠. 말은 쉬우니까.(웃음)
김경오 : 저는 책임감이었어요. 처음 아내의 손을 잡았을 때 ‘책임져야지. 결혼해야지.’ 결심했죠. 제 손을 뿌리치지 않고 잡혀준 이상 저한테 마음을 준 거잖아요.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그러다 장모님께 뺨까지 맞긴 했지만요.(웃음)
기자 : 뺨이요?
김경오 : 이제 갓 스물 된 딸을 데려가겠다 하고, 아직 자리도 잡지 못한 빵 기술자였으니 뭐가 좋으셨겠어요. 인사하러 오라고 하셔서 갔더니… 대뜸 따귀를 날리시더라고요. 장인어른도 제가 맘에 들지 않으셔서 얼마나 담배를 태우시던지. 꽁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어요.
기자 : 그래도 결혼을 하셨네요? 왜, 남자는 자존심이라고… 처갓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결혼, 글쎄요. 요즘 같아서는 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김경오 : 아니요. 저는 장인어른, 장모님을 충분히 이해했어요. 얼마나 미웠겠어요. 대학 가려고 재수하던 딸을 데려가겠다고 나섰는데요. 나중엔 사위들 중 저를 가장 좋아하게 되셨지만요.
조용승 : 저는 연애 초기부터 ‘이 여자랑 결혼한다.’ 결론을 내리고 시작했어요. 연애 전에 그저 아는 사람으로 2년을 보냈잖아요. 이미 그 시간에 따질 것 다 따지고…. 말이 좀 이상한데요.(웃음) 살펴볼 것, 맞춰볼 것 다 본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결론이 내려져서 사귀자 했으니까요. 결혼 결심 지점이 따로 없는 거죠, 저에게는.
이성민 : 결혼을 하겠다고 하면서부터 저희는 전쟁이었어요. 미술 하는 남자라니까 그냥 싫으셨던 거지. 당시 저희는 양가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동거 중이었거든요. 그런데도 막상 정식으로 결혼하겠다면서 상견례를 하고 하니까 난리가 나더라고요. 막판엔 쫓겨나기까지 했는데요, 제가.(웃음)
기자 : 어머! 따귀도 맞고, 쫓겨나기도 하고… 사위들의 수난시대네요!
이성민 : 불과 얼마 전까지도 장모님과 소소한 사건이 있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까지 한 번씩 장모님의 불만이 터져나오고는 해요.
기자 : 아내분은 누구 편을 들어주세요? 어쨌든 장모님과의 갈등 상황이 벌어지면요.
이성민 : 그야말로 중립이죠.
기자 : 부부관계에서는 중립이 가장 나쁜 선택이라던데요.
이성민 :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자신이 누구 편을 들 수 있겠느냐고요. 한 사람은 낳아주신 엄마, 다른 한 사람은 남편이라는 거죠. 서운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지만… 아내에 대한 제 애정, 사랑만큼은 아직 변함없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왜냐면 저 때문에 아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니까. 미안해요. ‘더 좋은 남자 만났다면 이런 고통 없었을 텐데…’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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