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22 23:04 | 수정 : 2013.04.22 23:08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 이틀간 연례회의를 가진 뒤 '일본의 최근 (양적 완화) 정책은
디플레이션을 타개하고 내수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아베 정권이 돈을 무제한으로 풀어 엔화(貨) 가치를
떨어뜨리고 수출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별문제 없다"며 면죄부를 준 것이다. G20 성명이 나온 뒤 22일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99.9엔까지 뛰어올랐다.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0엔을 넘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진
이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0엔대에서 70엔대로 30%나 떨어졌다. 이런 엔고(高)로 일본 제품의 수출 가격이 뛰어오르는 바람에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전후(戰後) 처음으로 영업 적자를 내는 등 일본 기업들의 수출이 격감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은 그
틈새를 파고들어 사상 최대 이익을 냈고 한국 경제도 세계 금융 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이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고 있다. 엔화 환율은 작년 9월 초 달러당 78엔에서 최근 99엔대로 27%나 올랐다. 덕분에 일본산 철강
수출액은 올 들어 10% 이상 늘고 일본 자동차업계도 생산 라인을 24시간 돌려야 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반면 한국의 철강 수출은 올
들어 3개월 동안 11.3%, 자동차 수출은 3.2% 줄었다. 엔저 추세가 이어지면 우리 수출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수출이 벽에
부닥치면 내수(內需)가 그 공백을 메워야 하지만 그것도 안 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평균 2%대의 저성장 궤도에 들어서면서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바닥을 헤매고 있다. 지난 2월 중소기업 가동률은 69.8%로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고, 기업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18%나
줄었다.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경제 민주화 입법(立法)을 서두르면서 대기업들이 더 움츠러들고 있다.
대통령과 경제 부처 장관들은 한국
경제가 지금 수출은 엔저의 장벽에 막히고 내수는 정책의 불확실성에 눌려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처방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결단할 때 결단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다시 일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기우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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