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돌보지 못하는 공권력은 공권력이 아니다"
입력 : 2012.11.03 03:04
김용판 지음|김영사|364쪽|1만5000원
어느 시골의 노인들이 정신지체 여성을 수년 동안 성폭행했다. 남편이 있었지만 역시 정신지체인이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먼저 한 일은 마을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외부인을 막는 것이었다. 저자는 묻는다. "경찰이 평소 장애인을 찾아가 이야기라도 나누는 모습을 그들이 봤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잠자던 7세 여아가 납치돼 성폭행당한 일이 일어나자 세상이 시끄러웠다. 그러나 그보다 한 달 전 4세 여아가 성폭행당했을 때 세상은 무관심했다. 차이는 언론의 보도 여부뿐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모른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구중궁궐에 있는 사람들은 현장의 접점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을 알지 못한다."
주폭(酒暴)은 약자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일어나는 폭력이다. '구중궁궐' 사람들이 그들에게 관대했던 것은 직접 당하지 않아 몰랐기 때문이다. 저자 김용판은 '주폭 타도'를 실천해 '술에 대한 관대함'이라는 강자의 허위의식을 일거에 무너뜨린 현 서울경찰청장이다. 저자는 숲 속의 질서를 유지하는 힘을 잃은 사자는 사자가 아니듯, 약자를 돌보지 못하는 공권력은 공권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목적(공권력 회복)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경찰)을 일깨우고 외부자원(언론)을 활용하는 저자의 현란한 노하우를 접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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