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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우리가 고처야 할것들

불법 농성 접을때

[사설] 덕수궁 불법 농성, 이제는 접을 때

입력 : 2013.03.11 02:27

서울 중구청이 지난 8일 공무원 200여명을 동원해 덕수궁 앞 천막 농성장을 철거하려다 시위대 100여명에게 밀려 실패했다.

 

도로를 불법으로 차지한 이 농성장은 작년 4월 쌍용차 해고 근로자들이 중심이 된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세웠다. 당시 해고자 한 명이 자살해, 해고된 쌍용차 근로자와 가족을 합쳐 자살자가 22명에 이르자 더 이상의 죽음을 막겠다며 농성을 시작했다. 중구청은 작년 4월과 5월 천막을 철거했지만 농성자들이 다시 세웠다.

쌍용차는 지난 1일 무급 휴직자 454명을 복직시켰다. 쌍용차는 2009년 2600여명을 희망퇴직, 정리 해고, 무급 휴직 등으로 구조조정하면서 무급 휴직자는 1년 안에 복직시키기로 노조와 약속했다. 이번 복직 조치는 약속보다 3년이 늦었지만 결국 노사 합의를 지킨 셈이다. 그러나 쌍용차 해고 근로자들은 구조조정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정리·징계 해고자 203명과 희망퇴직자 1904명도 복직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도 주장하고 있다. 노조가 구조조정에 합의하며 했던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쌍용차 평택 공장은 한 해 25만대를 생산할 수 있지만 일감이 없어 작년에 12만대밖에 만들지 못했다. 인력이 넘쳐 생산 라인 3개 중 2개는 하루 8시간, 1개는 4시간만 가동하고 있다. 승용차 판매가 조금씩 늘고 있다지만 영업 적자가 2011년 1534억원, 작년 991억원이나 된다. 언제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희망퇴직자든 정리 해고자든 복직할 수 있으려면 우선 회사가 살아나야 한다.

2011년 쌍용차 대주주가 된 인도 마힌드라사는 2009년 구조조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설사 정리·징계 해고 과정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마힌드라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해고 근로자와 운동권 단체, 야당이 쌍용차 문제를 계속 정치 쟁점으로 몰아가며 무리한 요구를 들이대면 마힌드라로서는 적자 기업을 억지로 붙들고 있느니 차라리 손 털고 떠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면 쌍용차는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고 수천 근로자가 다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농성 근로자들이 그런 사태를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쌍용차가 다시 살아날 길을 막아 회사가 문을 닫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덕수궁 불법 농성은 이제 거둬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