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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없고, 투지 없고, 실력도 없고… 앞이 캄캄한 한국野球

신인 없고, 투지 없고, 실력도 없고… 앞이 캄캄한 한국野球

  • 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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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3.07 03:06

    [WBC 1라운드 탈락 충격… 무엇이 문제였나]
    -投打 핵심 전력 이탈
    류현진·추신수 등 출전 안해
    -허술한 수비·공격
    3경기서 실책 5개 저지르고 도루 실패·견제死도 줄이어
    -기대 이하 벤치 운영
    희생타 0개 등 작전 不在 '귀국' 류중일 감독 "죄송하다"

    한국 야구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첫 700만 관중을 넘어선 한국 프로야구는 이번 3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대회가 인기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올해 9구단인 NC가 1군 무대에 뛰어들고, 2015년에는 KT가 합류하면서 10구단 체제를 시작하는 호재가 이어지면서 1000만 관중 돌파라는 장밋빛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쥐어 들고 6일 오후 귀국한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별도 기자회견 없이 "죄송하다"는 한 마디만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힌 이승엽 역시 "대만과 네덜란드가 생각보다 어려운 상대였다"고 말했다. 야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2승1패를 기록했지만 득실차에서 뒤지는 바람에 대만, 네덜란드에 2라운드 진출 티켓을 내줬다. 겉으로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한국이 치른 세 경기를 살펴보면 탈락을 이변이라고 부를 수 만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06년은 마운드, 2009년은 방망이

    한국 야구는 2006년 WBC 첫 대회에서 4강, 2009년 두 번째 대회에서 준우승이란 걸출한 성적을 거뒀다. 2006년 한국 야구의 존재감을 세계에 알린 원동력은 마운드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박찬호·서재응 등 메이저리그 투수 5명을 앞세워 그 대회에서 팀 방어율 1위의 '짠물 피칭'을 과시했다.

    2009년 2회 대회에서도 마운드의 힘은 1회 대회에 견줘도 뒤질 것이 없었다. 또한 공격력이 1회 대회보다 두드러지게 좋아졌다. 앞서 열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全勝) 금메달의 바탕이 됐던 기동력 야구가 빛을 발한 결과였다. 한국은 팀 타율은 0.243(16개 팀 중 8위)에 불과했으나 홈런(11개·4위)과 득점(53점·1위)이 최고 수준이었다. 도루도 9개로 16개팀 중 2위였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으로 승승장구하던 한국 야구는 3회 대회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은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WBC 1라운드 B조 최종전에서 5회말 홈으로 쇄도하다가 태그아웃 당한 정근우가 그라운드에 넘어져 있는 모습. /AP 뉴시스

    2013년은 총제적 부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이라는 자평(自評)과는 달리 최정예가 아니었다. 당초 대표팀이 첫 엔트리 후보군(郡)에 집어넣었던 류현진(LA 다저스)과 추신수(신시내티 레즈)가 팀을 옮기면서 출전을 포기했다. 이 밖에 김광현·봉중근·이용찬·김진우 등 핵심 전력이 부상 때문에 도중 하차했다.

    수비 라인업 구성도 허술했다. 이승엽·김태균·이대호 등 거포들을 모두 뽑으면서 2루수와 3루수는 각각 한 명씩만 선발했다. 대만전을 앞두고 부상당한 3루수 최정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유격수 강정호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공격에서의 집중력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은 주자를 2루 이상 보낸 20차례 득점 기회에서 단 네 차례만 득점에 성공했다. 전매특허이던 '발 야구'도 없었다. 세 경기에서 도루가 한 개에 그쳤다. 도루 실패와 견제사, 무리한 주루 플레이가 속출했다.

    벤치 전술 능력도 기대 이하였다. 이번 대회 통틀어 한국은 희생타를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고, 작전 구사 빈도도 낮았다. 특히 대만전에서 제구가 흔들린 대만 선발 투수를 상대로 타자들이 2~3구 내 성급한 승부를 펼치다 쉽게 아웃된 대목은 벤치의 책임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이번 대표팀은 정보력 싸움에서도 졌다. 한국 야구를 경험한 선수를 통해 장단점을 미리 알고 들어온 네덜란드와는 달리 대표팀은 연습 경기에서 확보된 정보에만 의존했다.

    한국 야구 앞으로 어디로?

    네덜란드나 대만의 야구는 분명히 예전보다 강해졌다. 하지만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 외신들이 "한국과 대만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한 것은 선수들의 투지나 정신력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야구계 일각에선 세대교체 실패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번 대표팀 주축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WBC 출전 멤버다. 이후 새로운 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이 '타이중 참사'를 딛고 일어서는 길은 국내 야구의 질을 높이는 방법뿐이다. WBC 실패가 곧바로 프로야구 인기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준이 낮은 경기를 이어 가거나 선수들의 눈빛에서 투지를 찾아볼 수 없다면 팬들의 발길은 순식간에 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