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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휘발유 2만4000원치로 서울→대구 도전기

[시승기] 휘발유 2만4000원치로 서울→대구 도전기

  • 안석현 기자
  • 입력 : 2013.03.03 10:52

    이화령고개를 오르는 CT200h(앞)와 프리우스./한국토요타 제공
    휘발유 2만4000원으로 서울에서 대구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을까. 석유가격정보포털 ‘오피넷’에 따르면 2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992원. 2만4000원이면 휘발유 약 12리터(L) 정도를 주유할 수 있는 돈이다. 휘발유 1L 당 15km를 가는 자동차라면 약 180km를 가는 게 고작이다.

    서울 강남에서 대구까지 국도를 이용하지 않고 고속도로만 달렸을 때 거리는 약 280km. 일반 차 연비 수준이라면 휘발유 2만4000원어치로 서울에서 대구까지 달리기는 어림없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가동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면 이보다 더 멀리 갈 수도 있다.

    ◆ 엔진은 달라도 경제 운전 방법은 동일

    지난달 28일 기자는 서울 역삼동에서 출발해 이화령 고개, 경북 칠곡을 거쳐 동대구역까지 총 300km를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운행해 봤다. 이 날 동원된 차는 도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와 ‘CT200h’로, 공인 연비는 각각 1L 당 21km와 18.1km 수준이다. 각 차에는 2명씩 탑승했다.
    고속도로 구간에서의 프리우스 연비 결과표. 100km를 가는데 4.1L의 휘발유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24.3km/L 수준이다./안석현 기자

    프리우스가 공인 연비를 낸다 하더라도 휘발유 12L로는 수치 상 약 252km 정도가 한계다. 결국 제한된 연비를 뛰어 넘을 경제적인 운전 방법까지 동원됐다.

    28일 오전 역삼동 주변은 아직 풀리지 않은 출근길 정체 탓에 혼잡했다. 일반 차량이라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연비가 바닥을 치는 구간. 그러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시속 40km 전후까지 전기자동차(EV) 모드로 달릴 수 있다. EV 모드에서는 충전된 전기의 힘만 이용하기 때문에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는다. 정체가 풀리는 구간에서만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가동해보니 연비가 리터 당 약 22km로 측정됐다.

    고속도로에서 연비를 높이는 방법은 일반 차량과 비슷했다. 급가속을 자제하고, 감속 시에도 최대한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급제동을 하면 충전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자동차가 달리는 힘이 전기 에너지로 미처 전환되지 못하고 소멸돼 버리기 때문이다.
    문경새재 이화령고개. 이 구간을 지날 때, 연비가 가장 낮게 측정됐다./안석현 기자

    고비는 이화령 고개를 올라가는 길에서 찾아왔다. 이 구간은 시종일관 오르막길이기 때문에 배터리를 충전할 여유가 없었다. 특히 전기 모터와 함께 가솔린 엔진을 계속 가동한 탓에 연비가 급격히 떨어지는 구간이기도 했다. 이화령 고개 정상까지 올라가는 동안 연비는 내내 1L 당 20km 이하로 측정됐다.

    다만 하이브리드가 언덕길에서 기존 가솔린 차량보다 힘이 떨어진다는 속설은 거짓으로 나타났다. 두 명의 사람을 태우고도 가뿐하게 언덕길을 주파했다.

    ◆ 휘발유 12L로 서울→대구 운행 성공

    내리막길에서는 하이브리차 차량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화령 고개 정상에서 산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 가솔린 엔진에 시동이 걸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코너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면 계속해서 배터리에 충전이 이뤄졌다. 이화령 고개를 올라오는 동안 깎아 먹었던 연비가 내려가면서는 거의 만회하는 느낌이었다.
    6개조 12명이 각각 프리우스와 CT200h를 운행한 결과표. 모두 공인연비를 뛰어 넘었다./안석현 기자

    대구로 가기 전 경북 칠곡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고, 국도를 이용해 대구로 향했다. 역시 가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연비는 20km 이상 유지됐다.

    동대구역에서 서울로 복귀하기 전 차량 연비를 최종 측정했다. 이 날 동행한 12명의 기자가 모두 6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이끌고 같은 코스를 운행한 결과, 모두 공인 연비를 뛰어 넘는 수치가 나왔다.

    연비 최고 기록은 프리우스가 29.52km, CT200h가 27.05km로 측정됐다. 일반 가솔린 차량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서울에서 대구까지 12L의 휘발유로 충분히 운행할 수 있는 연비인 셈이다.
    이화령고개 위에서 잠시 대기 중인 하이브리드 차량들.

    한국토요타자동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고속도로는 물론 국도와 정체 구간에서도 높은 연비를 유지한다”며 “여기에 경제적인 운전 습관까지 더해지면 최고 수준의 연비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