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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지켜져야( 이것은 법 고처서)/법은 지키라고 있다

[전문기자 칼럼] 운전면허 간소화 후유증

[전문기자 칼럼] 운전면허 간소화 후유증

 

[참조] 음주운전 평생 면허정지, 사면 없앨것.

          유전 무죄? 

  • 이충일 도시문제 전문기자

    입력 : 2013.02.27 03:04

    이충일 도시문제 전문기자

    요즘 경찰청·행안부·국토부의 교통 관련 부서들은 같은 문제를 놓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해마다 줄던 교통사고 사망자가 작년에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1년 5229명이던 것이 5363명으로 134명(2.6%) 늘었다. 이명박 정부는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를 주요 과제의 하나로 내걸었다. 하지만 최종 성적표는 -13%로, 노무현 정부(-15%)나 김대중 정부(-38%)를 밑돈다. 20년 전 시작된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실패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늘어난 이유로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고령자 및 사업용 차량 사고 증가, 운전 중 DMB 시청과 휴대폰 사용 증가, 두 차례의 음주 운전자 사면 등이다. 여기에다 단속 의지 쇠퇴와 시민 준법의식 약화 같은 '정권 말 현상'도 꼽힌다. 흥미로운 것은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지적하는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가 미친 악영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운전면허제를 '사회적 대못'의 하나로 지목해 간소화하라고 지시했다. 사실 운전면허 발급은 고비용과 저효율로 시민 불만이 컸다. 이에 따라 60시간이던 교육이 2010년 30시간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더 감축할 것을 요구, 이듬해 13시간으로 재압축됐다. 학과는 25시간에서 5시간, 장내 기능은 20시간에서 2시간, 도로주행은 15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였다. 특히 2차 감축 때는 로비설(說)까지 거론하는 대통령의 역정에 놀라 법제처와 경찰청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전문가·시민단체의 반대를 우려해서인지 운전면허제도개선심의위원회조차 열지 않았다.

    얼마 전 민주당 주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현 제도에 관한 여러 가지 비판과 반성이 나왔다. '교통사고는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데도 면허 취득은 가장 쉬운 나라' 'OECD 평균 교육시간은 50시간이고, 우리와 교통 여건이 유사한 일본도 57시간' '교육은 80%나 줄었는데도 수강비는 절반도 줄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만 염두에 둔 대통령의 드라이브에 너무 끌려 다녔다' 등이다. 도로주행 교육·시험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와 부상자가 2~3배 늘었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부실 교육이 부실 운전자를 양산해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면허 간소화가 인명(人命) 간소화를 불렀다'는 극단적 표현까지 나왔다.

    한 시민단체가 면허 응시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도 제시됐다. 도로주행 교육에 대해서는 77%, 장내 기능 교육에 대해서는 54%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당사자 스스로도 불안한 것이다.

    면허를 아직 따지 않은 이들로선 심기가 불편할지 몰라도 현 제도의 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눌렀던 풍선을 다시 부풀리는 식으론 설득력이 없다. 핵심을 찾아 대폭 보완해야 한다. 답은 '운전면허 제도가 왜 있는가'를 생각하면 나온다. 사고 예방, 즉 안전이다. 사고 대부분이 실종된 안전의식에서 비롯된다. 법규를 모르거나 기기 조작이 서툴러서가 아니다. 교통 선진국일수록 안전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