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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국회)

[기고] 미래창조과학부를 흔들지 말라

[기고] 미래창조과학부를 흔들지 말라

  • 김우식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전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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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2.20 23:11

    김우식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전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지금 국회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면서 로비가 치열하다. 이러다간 악습(惡習)인 부처 이기주의와헤게모니 다툼 때문에, 기대 속에 출범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본래 계획대로가 아닌 변질된 부서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과학기술인의 한 사람으로 박근혜 당선인에게 긴급 제안을 하고 싶다. 오늘이라도 시간을 내 홍릉의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방문해 보기 바란다. 거기서 어려운 시기에 KIST를 만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신과 체취를 느끼면서 미래·창조·과학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 바란다. 어떠한 로비나 압력에 흔들리거나 부처 간 이전투구를 묵과하지 않기 바란다.

    짧은 기간 중차대한 임무를 맡아 수고하는 인수위원들의 노고를 국민은 알고 있다. 끝까지 사명감을 갖고 잡음 없이 유종(有終)의 미를 거두어 주기 바란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에게도 부탁드린다. 새 정부에서는 '밥그릇 챙기기'라는 소문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일관된 장기 계획 아래 국가 백년대계의 주춧돌을 탄탄하게 쌓아가는 것이다. 자칫 눈앞의 일에만 집착하다 보면 역사에 큰 잘못을 남기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5년 전 과학기술부 폐지의 부당성을 그렇게 강력하게 외쳤지만 불과 몇 명의 고집 때문에 결국 폐지되었고, 몇 년 후 국가과학기술위원회라는 어정쩡한 조직을 겨우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거대 과학기술 중심 조직이 생기는 역사의 반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과기부 폐지를 주도했던 이들은 이제 역사 앞에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국회와 국회의원들에게 당부드린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선도(先導) 과학기술 없이는 희망이 없고, 국가의 장래도 없다. 한국공학한림원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우리 공대생 중에서 3%만이 장래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것은 참으로 큰 비극이다. 안타까운 이 현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입법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 주기 바란다. 이 나라 인재들이 과학기술에 몰리고, 과학기술인들이 긍지를 갖고 활동하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명실공히 과학기술 총괄 컨트롤 타워로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속히 출범하도록 전폭적 성원을 부탁드린다. 큰 기대와 희망 속에 부각된 미래창조과학부가 새로운 비전 아래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과학기술을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효율적 과학기술 진흥 체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범국민적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과학기술인의 책무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박근혜 정부 5년간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창조 경제를 세우고 거기에서 국민 행복을 구축해 나가야 할 국가적 요구에 부응하여 과학기술인에게 맡겨진 시대적 소명을 다해내야 한다. 과학기술인은 이제 더 이상 '순둥이 과학기술자' '말없이 따라만 가는 과학기술자'가 아니라 '야무진 리더로서 과학기술자' '앞서가는 과학기술자'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이공계 대학 출신 대통령의 탄생을 보면서 후배 과학기술인들의 지속적 약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