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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학)

신문배달→1조대박→미래부 장관…인생역전

신문배달→1조대박→미래부 장관…인생역전

  • 설성인 기자
  • 입력 : 2013.02.17 14:24 | 수정 : 2013.02.17 15:05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내정자/벨연구소 제공
    박근혜 정부의 핵심부처로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를 아우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 내정자가 발표됐다. ‘김종훈’이라는 이름이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입을 통해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김종훈이 누구지?’라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종훈 벨연구소 사장(알카텔-루슨트 최고전략책임자 겸임)을 아는 사람은 미국에서 신문을 팔던 소년이 마침내 한국의 장관이 됐다면서 ‘인간 승리’라고까지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 13명을 배출한 세계 최고의 연구소 벨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 16세에 미국으로 이민…가난과의 싸움 이겨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부모를 따라 16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하지만 1970년대 그의 가정형편은 그리 녹록치 못했고,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야간점원으로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매일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야간근무를 마치고 학교를 다녀야 했다. 오후에 2~3시간을 자면서 버텼고, 신문배달, 야채가게 점원, 레스토랑 주방보조 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과학과 수학을 위로 삼아 학교를 다니던 김종훈이라는 소년은 고학으로 존스홉킨슨대(학·석사), 메릴랜드대(박사)를 졸업했다.

    그리고 그는 1980년대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다. 가난에서 벗어나 자기 이름으로 직접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했고, 기대했던 만큼 회사는 잘되지 않았다. 그후 7년간 해군 핵잠수함 장교로 복무하다가 1992년 딸아이의 이름을 딴 회사 유리시스템즈를 차렸다. 첫 계약을 따는 데 1년 6개월이 걸릴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특유의 ‘헝그리 정신’으로 회사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1998년에는 유리시스템즈를 세계적 통신장비 회사 루슨트테크놀로지스(현 알카텔-루슨트)에 10억달러를 받고 매각, 미국에서 400대 부자가 됐다. 2001년에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구단주였던 워싱턴 위저즈 프로농구팀(NBA)의 공동 구단주가 되기도 했고, 2002년에는 메릴랜드공대 전자공학과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부터 벨연구소 사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다가 마침내 2005년 2만명의 글로벌 수재들이 근무하는 벨연구소를 이끌게 됐다.

    ◆ 과학+IT 이해도 높아…기술을 사업화해 본 경험이 장점

    김종훈 장관 내정자는 직접 IT벤처기업을 창업해 키운 경험이 있으며, 알카텔-루슨트 최고전략책임자를 겸임하고 있을 정도로 IT에 대한 혜안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미국에서 대학교수로도 근무했으며, 벨연구소에서 특허와 기술을 사업화시키는 데도 앞장섰다.

    이 같은 그의 경험은 미래 국가 대계의 초석을 다지고 IT·과학 기반의 ‘창조경제’를 지향하는 박근혜 정부를 위해 일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대학원을 다니거나 기업에서 근무한 적은 없지만 우리 정부·기업 등과 협력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어왔다.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한다.

    2009년에는 서울시, 고려대와 손잡고 서울 상암 DMC에 ‘서울 벨연구소’를 창립했다. 또 삼성·KT·서울대 등을 참여시킨 국제연구 컨소시엄 ‘그린터치(Green Touch)’도 만들었다.

    김종훈 장관 내정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전적 정신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힘을 합쳐 국민들께 약속한 정책들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과 ICT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국가 경제가 지속 성장해 나가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아버지처럼 재미 사업가 스카웃…청문회 때 국적 논란 관심

    고 박정희 대통령은 1960년대 미국 IBM에서 일했고 컬럼비아대 전자공학 교수를 역임한 고 김완희 박사를 한국으로 불러와 전자공업육성 기본정책을 수립하는 임무를 맡겼다.

    박근혜 당선인 역시 아버지처럼 미국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재미 사업가에게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을 맡겼다는 점이 흥미롭다.

    김종훈 장관 내정자는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 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검증과정에서 그의 국적은 논란이 될 수 있다. 장관이 되기 위해 정부 출범 직전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는 의혹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