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14 23:42
서현·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내 대답은 간단하다. "전망이 없습니다." 대답 앞의 괄호 안에 조건이 하나 숨어 있다. 댁의 자녀가 선택하기에는. 대답을 좀 더 길게 풀면 이렇다. 이 친구가 살아갈 수십 년 뒤의 세상일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여학생이라서 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면 대통령 선거도 다시 하고 육사 입시 규정도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건축은 일주일의 고민으로 선택하는 전공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작심하여 시키지 않아도 밤샘작업을 하고 끝내 이 도시에 역사적 흔적을 남기겠다는 의지로 중무장한 학생들이 가는 길이다. 이들은 혹독한 훈련의 결과 졸업 후 굳이 건물 만드는 일을 하지 않아도 어디서나 훌륭하게 성장한다. 그래서 나는 건축이 대학 최고의 교육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졸업하는 내 제자들이 항상 자랑스럽다.
근면하고 공부도 잘하고 실수도 하지 않아 무사히 입학한 작년 신입생들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전망 있는 전공은 어떤 것이냐고. 단 1초의 주저도 없이 맨 앞의 학생이 말했다.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요." 무릎을 칠 대답이었다. 아하, 너는 제대로 왔구나. 능히 그릇이 되겠으니 내 너를 기꺼이 제자로 삼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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