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15 16:43

하루 만에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LA 다저스 괴물 투수 류현진(26)이 러닝에서 잃은 신뢰를 불펜피칭에서 되찾았다. 웃음기가 사라졌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에서 첫 공식 불펜피칭을 가졌다. 이달초 이곳에 먼저 도착해 두 차례 불펜피칭을 가진 류현진이지만 코칭스태프 앞에서 던지는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돈 매팅리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주의 깊게 류현진의 피칭을 지켜봤다. 하지만 그들 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눈들이 류현진에게 향해 있었다.
한국에서 온 미지의 선수라는 점도 컸지만 단체훈련 첫날부터 러닝에서 눈에 띄게 뒤처지는 바람에 체력 문제가 거론됐기 때문이었다. 류현진은 장거리 러닝에서 막판부터 대열에서 낙오됐고, 거의 끝순번으로 어렵사리 완주했다. 현지 언론은 '다이어트를 위해 햄버거를 끊은 류현진이지만, 이제 담배를 끊는 것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고, '류현진은 앞으로 LA 마라톤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다저스 훈련을 참관하고 있는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류현진은 아직 보여준 게 없고, 현지에서 의문을 갖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류현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온 선수이기에 한 수 아래로 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고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장거리 러닝에서 뒤처지는 바람에 첫인상은 꽝이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조금씩 바뀌는 위기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역시 위기에 강했다. 15일 단체훈련 둘째날을 맞아서도 그는 러닝 때문에 다시 한 번 곤욕을 치렀다. 외야 좌측과 우측을 왕복으로 총 4차례 오가는 단거리 러닝이었는데 류현진은 3세트 때부터 대열에서 또 낙오됐다. 이미 안 좋은 인상을 남긴 류현진이기에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곧 이어진 불펜피칭에서 류현진은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했다. 총 41개의 공을 던진 그는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체인지업과 커브를 섞어던졌다. 주전 포수 A.J 엘리스가 직접 그의 공을 받았고, 조용한 메이저리그 불펜피칭장에서 이례적으로 "나이스 류!"라고 외칠 정도였다. 매팅리 감독과 허니컷 투수코치도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였다.
100% 전력을 한 피칭은 아니었지만 많은 눈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포수가 요구하는 대로 공을 정확하게 집어넣었다. 류현진 스스로 포수 엘리스의 위치를 직접 조정하는 등 여유있는 모습도 보였다. 엘리스는 "처음이고 지켜보는 이들이 많아 긴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여유있게 원하는 코스로 던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매팅리 감독도 "투구폼이 부드럽고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던질수 있는 능력이 있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호평했고, 허니컷 코치도 "공을 쉽고 부드럽게 던진다. 무엇보다 컨트롤이 만족스럽다. 체인지업도 아주 훌륭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현지 언론의 평가도 단 하루 만에 뒤바뀌었다. 전날 담배 관련 기사를 쓴 'MLB닷컴' 켄 거닉 기자는 이날 다저스의 스프링캠프 동정을 전하며 류현진에 대해 '오른손잡이인데도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것에서 그의 적응력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취재진을 몰고다니지만 클럽하우스에서 옆 자리를 쓰는 조쉬 베켓과 크리스 카푸아노를 배려하기 위해 밖에서 인터뷰하는 예의를 보였다'고 칭찬했다. 하루 만에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 바뀌었다.
러닝으로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불펜피칭으로 신뢰를 되찾았다. 류현진은 주위의 체력 걱정에 대해 "달리는 체력과 공 던지는 체력은 다르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 그의 말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waW@osen.co.kr
<사진> 글렌데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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