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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교육 대통령)선거/교육개혁(반값 등록금)?

[사설] 대포폰까지 동원된 장학사 시험 비리

[사설] 대포폰까지 동원된 장학사 시험 비리

입력 : 2013.02.16 03:04 | 수정 : 2013.02.16 03:28

충남교육청 장학사 선발 시험 비리가 갈수록 가관이다. 작년 12월 수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장학사 3명과 현직 교사 1명이 구속됐고 한 달 전엔 출제위원이었던 장학사가 음독자살했다. 15일엔 급기야 교육감까지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기에 이르렀다.

구속된 장학사들은 작년 7월 시험에 응시한 교사 18명에게 예상 논술·면접 문제를 알려주고 한 사람당 10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모두 2억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학사들은 출제위원 12명 중 4명을 포섭해 자기네가 건네준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도록 유도했다. 이들은 모의(謀議)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대포폰)를 14대나 동원했고 시험문제도 구두로 불러줬으며, 돈은 약속한 장소에 두고 가면 밤중에 가서 챙기는 수법을 썼다.

장학사는 부장 교사 또는 교감을 거친 사람 중에서 뽑는 교육 전문직으로 일선 학교 교사 인사나 예산 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무엇보다 장학사를 2~5년 지내면 교감·교장으로 갈 기회가 쉽게 열린다. 평교사가 25년 이상 근무해야 교감 승진을 바라볼 수 있는 데 비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이 때문에 장학사 시험은 준비 기간만 5년 이상 걸리는 또 하나의 '고시(考試)'로 불린다. 교육자들이 그렇게 중요한 시험을 놓고 암시장 범죄꾼들이나 할 만한 범죄를 저질러 온 것이다.

장학사 선발을 필기시험 위주에서 인성·근무성적·다면평가 등으로 다양화하고 평가위원회의 외부 인사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전문직에서 교원으로 돌아가는 기회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제도 몇 가지 손질하는 걸로 완전히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교육계의 대대적 자기 혁신이 있어야 한다. 교육자는 '부정(不正)한 성공보다 정직한 실패가 낫다'고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다. 조금 있으면 개학인데 아이들에게 무슨 낯으로 이 부끄러운 현실을 설명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