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12 03:02
[정갑영 연세대 총장 취임1년]
질 낮은 대학교육 보편화돼… 능력인재 못키워 '사회 부메랑'
'자율형 사립대' 모델 도입해
세계적인 명문대로 키우고 소외계층 특례입학 허용해야
연세대 정갑영(62)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이 정책으로 질 낮은 대학 교육이 보편화할 우려가
있다"며 "대학 수준이 떨어지면 능력 있는 인재를 키울 수 없고 경제성장이 정체돼 5~6년 후 우리 사회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전체 등록금 규모(14조원)의 절반 수준인 7조원을 국가 장학금과 교내외 장학금 등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정 총장은 11일 취임 1주년을 즈음해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대학생에게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는 반값 등록금의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산업 인력을 키우는 전문대학 진학생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고, 재정 부족으로 대학의
연구개발(R&D)은 감소하는 것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연세대 정갑영 총장은 “우리 경제가 지금 도약할지, 소득 2만달러에 머물지, 장기침체기로 갈지 갈림길에 서 있는데 한국 대학 교육이 경쟁력을 잃으면 이를 돌파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대학을 선별적으로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안하는 학교 모델은 '자율형 사립대'다. 우수한 대학에는 (등록금 인상 등) 자율권을 허용하되, 소외 계층 특례 입학과 등록금 감면 등 사회적 책임도 다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 총장은 "우리 경제 규모라면 세계 100대 대학에 10개쯤은 포함돼야 한다"며 "삼성·현대와 같은 브랜드 파워를 가진 대학이 우리나라에서 이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형 사립대가 도입되면 국내 우수 대학들이 세계적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고, 소외 계층에게는 명문대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미국 아이비리그(동부 명문 8개 사립대)는 부모 연봉이 6만달러 이하면 등록금을 받지 않는데, 자율형 사립대를 도입하면 우리도 그런 제도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대학이 성장하려면 정부 규제는 더 줄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입시가 복잡해진다고 하는데 정부의 규제가 심하다 보니 대학들이 이를 피해가면서 점점 복잡해지는 것"이라며 "짜장면을 규제하면, 간짜장과 삼선짜장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경제학자인 정 총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2월부터 연세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 총장은 올해부터 연세대 신입생 3400명 전원이 송도캠퍼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는 "연세대는 미국 프린스턴대, 영국 킹스칼리지 등 세계 명문대와 학생·교수 교류를 확대해 조만간 세계 50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교육감(교육 대통령)선거 > 교육개혁(반값 등록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대포폰까지 동원된 장학사 시험 비리 (0) | 2013.02.16 |
---|---|
박당선인 교육공약, 전교조는 찬성, 교총은 반대...왜? (0) | 2013.02.12 |
퇴출 위기 부실大 13곳에 세금 130억 지원 (0) | 2013.02.06 |
대학 발표 취업률의 허상… 100명중 16명, 6개월 내 퇴사 (0) | 2013.02.04 |
불황에 치열한 생존경쟁…미취업 사법연수생 44% (0) | 2013.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