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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오바마·시진핑 시대] 남중국해·北核·대만·센카쿠… 오바마·시진핑, 숙명의 대결

[G2, 오바마·시진핑 시대] 남중국해·北核·대만·센카쿠… 오바마·시진핑, 숙명의 대결

  • 베이징=최유식 특파원

  • 워싱턴=임민혁 특파원

    입력 : 2012.11.08 03:00

    [美中 패권전쟁터는 아시아]
    美의 포위전략과 中의 확장전략 충돌 -오바마, 세계 전략 중심축을 아시아로 이동
    시진핑, 군부 지지 업고 '힘의 외교' 나설 듯

    敵이면서 잠재적 동반자 관계 - "이란 핵문제 등 다른 국제 현안은 美에 협조
    아시아선 핵심이익 보장받는 외교전략 펼 것"

    "오바마시진핑의 21세기 패권 전쟁은 아시아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다."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 스쿨의 국제정치학 교수 애런 프리드버그의 말이다. 미국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아시아·태평양 대통령'임을 천명한 버락 오바마의 재선(再選), 일본을 제치고 군사·경제력에서 세계 2위로 부상한 중국의 차기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은 필연적으로 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오바마와 시진핑은 G2의 리더로서 분야에 따라 협력·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하겠지만 한반도·남중국해·대만·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등 아시아에 깔려 있는 수많은 전선(戰線)에선 향후 몇년간 마찰음이 끊임없이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 약 4년 동안 오바마와 시진핑이 아시아에서 갈등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질서를 짜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아시아 진출' 오바마, 중국 전방위 포위

    오바마는 지난달 대선 TV 토론에서 중국을 "적(敵)이면서 동시에 잠재적 동반자"라고 규정했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오바마가 중국에 대해 '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 2월 14일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시진핑 부주석은 8일부터 열리는 중국 공산당 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올라 향후 10년간 중국을 이끈다. /AFP
    오바마는 2009년 취임 초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로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중국과 안보 및 경제 분야의 최고위급 전략 대화를 신설하는 등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지난해 오바마가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전략을 발표하면서부터는 '견제'와 '갈등'이 전면에 부상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진출 전략이 사실상 '중국 봉쇄(containment)'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는 걸 부인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오바마는 올해 초부터 미국일본·인도를 잇는 3각동맹을 강화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마찰을 빚는 필리핀·베트남과도 외교·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일본과의 동맹관계도 강화하면서 사실상 중국을 전방위로 포위하는 모양새다. 또 대만에 무기 수출을 재개했고 '센카쿠는 미·일방위조약의 대상'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문제는 2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 같은 기조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오바마는 경기 침체, 실업률 등의 국내 문제를 풀기 위해 '떠오르는 성장 엔진'인 아시아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하지만 그 길목마다 중국이 버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힘의 외교' 나설 듯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정책에 강한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겉으로는 강경해도 공화당 집권기에 미·중 관계가 더 안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시진핑 체제는 순탄치 않은 미·중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군에서 첫 공직을 시작한 시 부주석은 군부를 잘 알고 군부 내 인맥도 탄탄하다. 서방에 대한 태도도 강경하다.

    시진핑 부주석은 올 2월 미국 방문 때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태평양은 두 대국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 모두가 평화와 안정, 발전을 갈구하는 시기에 의도적으로 군사 안보 어젠다를 강조하면서 전력을 증강하고,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역내 국가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였다.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한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을 만나서도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 조치를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은 이 문제에 개입해서 갈등을 격화시키고 국면을 복잡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체제가 이란 핵문제 등 다른 국제 현안은 미국에 협조하면서도 아시아에서는 미국으로부터 '핵심 이익'을 보장받는 형태의 외교전략을 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정치학원 교수는 "중국이 국제 문제에 있어 대국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 미국도 중국과 파워를 나눠 가질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