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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백세 건강 유지

[오늘의 세상] 목숨 잃을 수도 있었지만… 60분간, 엉덩이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 받고 다시 걷게 된 100세 할머니

오늘의 세상] 목숨 잃을 수도 있었지만… 60분간, 엉덩이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 받고 다시 걷게 된 100세 할머니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 2013.02.08 03:01 | 수정 : 2013.02.08 14:20

    83세 큰딸이 간병… 일주일 만에 퇴원
    화장실에서 '쿵' - 대퇴골 골절… 걸으려면 수술뿐, '후유증 땐 연명치료 거부'
    서약건양대 의료진 "해볼 만하다" - 심장근육 노화·고혈압에도
    심박출량은 정상인에 근접… 아침 7시, 1시간 만에 수술 마쳐

    충남 부여에 사는 이정순 할머니는 1913년에 태어났다. 올해 나이가 만으로 딱 100세다. 할머니는 지난달 말 왼쪽 엉덩이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받았다. 할머니 병실 생활 간병은 83세 큰딸이 챙겼다. 100세 환자 수술을 위해 80대 딸이 병실 침상에서 잠자며 수발을 든 것이다. 집도(執刀)는 손자뻘인 40세 정형외과 교수가 했다.

    지난달 말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엉덩이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100세 이정순 할머니가 손자뻘인 집도의(醫) 정형외과 김광균 교수에게 “수술 잘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다. /건양대병원 제공

    할머니는 지난달 집 화장실에서 넘어졌다. 워낙 고령이어서 골다공증이 있었던 탓에 넘어질 때 엉덩이 관절과 이어지는 넓적다리뼈 상단 목이 똑 부러졌다. 낙상 골절이었다. 걸을 수 없었다. 뼈가 아물려면 한 달 넘게 입원해야 했다. 그러면 누워 있게만 되어 근육이 급속히 위축된다. 뼈가 낫더라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된다. 엉덩이 살이 짓무르는 욕창도 생겨 감염의 위험도 크다. 할머니가 다시 걸을 수 있는 길은 엉덩이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뿐이었다. 할머니는 평소에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비교적 건강했기에 가족들은 수술에 흔쾌히 동의했다.

    건양대병원 의료진은 키 1m43㎝, 몸무게 45㎏인 100세 할머니가 수술을 견딜 수 있는지 샅샅이 뒤졌다. 심장내과 검진 결과, 심장 근육이 노화로 둔탁하게 두꺼워져 있었다. 폐동맥 고혈압도 발견됐다. 하지만 심박동 시 좌심실에 들어온 피가 대동맥으로 빠져나가는 비율, 심박출률이 58%로 나왔다. 정상은 65~70% 정도다. 괜찮은 수치였다. 호흡기내과에서는 약한 정도의 폐경화증, 신장내과에서는 소변 배출 기능 감소가 나왔다. 수술이 위험하지만, 수액 주입량과 소변량을 정밀하게 잘 조절하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 의료진 의견이었다.

    수술은 1월 24일 아침 7시에 시작됐다. 통상 수술은 오전 8시 반~9시쯤에 시작한다. 하지만 할머니를 너무 오래 굶게 하거나 영양공급을 장시간 수액에 의지하면 안 되겠기에 수술 시간을 아침에 잡은 것이다. 집도의인 김광균(40) 정형외과 교수는 수술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빠른 손놀림으로 1시간 만에 인공관절을 갈아 끼우는 작업을 마쳤다.

    김 교수는 "환자가 워낙 고령이어서 긴장은 됐지만, 평상시대로 잘 끝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인공관절 수명이 12~15년"이라며 "할머니는 워낙 건강 체질이어서 그때까지 사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김 교수의 수술 환자 고령 기록도 그전 93세 무릎 인공 관절에서 100세 엉덩이 인공 관절로 바뀌었다. 할머니는 수술 일주일 뒤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보행 보조기를 이용해 걸어서 병원을 나왔다. 현재는 큰딸이 사는 경기도 부천 집 근처의 병원에서 재활 치료와 보행 훈련을 준비중이다. 수술 당시 할머니와 가족들은 만약에 수술 후유증으로 할머니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되면,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겠다는 연명 치료 거부 서약을 했다. 이것도 100세 수술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