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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음식)/불량식품 판매, 수입업체(사람)사형

설 코앞인데… 무허가 식품 처벌조항 빠뜨린 '황당 국회'

설 코앞인데… 무허가 식품 처벌조항 빠뜨린 '황당 국회'

  •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 백민경 인턴기자·서울대대학원 언론정보 1

    입력 : 2013.02.05 03:03

    식품위생법 개정안 처리 중 어이없는 실수로 누락
    잡아도 형사고발 못해… 설 식품 특별단속 헛수고

    서울 서초구청은 지난달 A 업체가 무허가로 산소수(Oxygen Water)를 첨가해 음료수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구청 보건위생계 담당자들은 A 업체가 구청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업체라는 것을 확인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법규를 찾아보니 무허가 업체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었다. 작년 12월 8일부터 시행된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식품첨가물제조업체에 대해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했다. 시중에서 팔리는 식품의 위생과 업체의 시설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무허가 식품업체가 적발되면 검찰에 입건돼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 당국이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같은 처벌 조항을 빠뜨리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서초구청 담당자는 "단속은 할 수 있지만, 법령 미비로 형사 고발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제주시청도 지난달 쿠키(과자)를 만들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곳이 시청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업체라는 것을 확인했다. 서귀포시청도 작년 12월 말 생강류인 울금을 빻아 울금 차(茶)용 가루로 파는 무허가 업체를 적발했다. 식품제조가공업체는 작업장·급수시설 등에 대해 정부가 정한 위생·시설 기준을 맞춰야 등록할 수 있다. 제주시청 담당자는 "무허가 업체여서 일단 문제 된 쿠키는 모두 회수하고 사법 당국에 고발키로 했다"며 "그러나 처벌 규정이 없어 무슨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허가 업체에 대한 처벌 규정을 빠뜨리는 바람에 무허가 업체들이 난립하고 단속망을 빠져나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전국의 시·도, 시·군·구마다 식품업체 등에 대해 특별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무허가(무등록) 업체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14일부터 18일까지 설에 많이 팔리는 떡·한과류 등 식품제조가공·판매·유통업체 277곳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여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거나 유통기한을 속여 판 35개 업체를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경기도는 원산지를 허위 표시한 업체는 최고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하지만 무허가 식품업체는 전혀 단속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 A 시청 담당자는 "설 연휴를 앞두고는 무허가 업체를 단속해봐야 처벌을 할 수 없어 아예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은 국회에서 법안을 부실하게 개정했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당시 민주당의 김성순 의원이 식품제조가공업체·식품첨가물제조업체에 대해 위생 시설 등을 갖춘 경우에만 허가를 내주는 등록제로 바꾸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2011년 4월 국회 보건복지위는 이 개정안을 포함해 그동안 국회에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36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통합해 단일안(보건복지위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무허가 업체에 대한 처벌 조항을 누락시킨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원입법으로 무허가 식품업체 처벌 조항을 넣는 새 개정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