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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운동

세계新의 비결… 남자선수 맞먹는 '강철 허벅지'

세계新의 비결… 남자선수 맞먹는 '강철 허벅지'

  • 장민석 기자
  • 최인준 기자

  • 입력 : 2013.01.22 03:01

    [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500m 36초80… 소치올림픽 金도 보인다]
    60㎝ 허벅지로 '폭발적 스타트' - 올림픽金 땄을때보다 3㎝ 늘어
    20대 남성보다 10㎝ 더 굵어… 동시에 체중은 2.4㎏ 감량, 몸은 가벼워졌는데 근력은 세져
    "여자 단거리 전성기는 27세… 24세 이상화 발전할 일만 남아"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마침내 세계 빙상 역사를 새로 썼다.

    이상화는 21일(한국 시각)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 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80 만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미국의 헤더 리처드슨(37초42)을 제치고 우승했다. 36초80은 라이벌 유징(28·중국)이 작년 1월 캘거리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종전 세계기록(36초94)을 무려 0.14초 앞당긴 세계신기록이다.

    이상화가 21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고글을 벗고 기뻐하고 있다. 이상화는 36초80을 기록하며 작년 1월에 유징(중국)이 세운 세계기록(36초94)을 1년만에 경신했다. /AP 뉴시스

    올 시즌 자신이 출전한 8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낸 이상화는 세계기록까지 세우며 올림픽 2연패(連覇)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선 그동안 이규혁(1997년·1000m)과 이강석(2007년·500m)이 세계기록을 세운 적이 있지만 여자 선수가 세계기록의 주인공이 된 것은 이상화가 처음이다.

    소치 금메달이 보인다

    얼음 위에서 누가 가장 빠른가를 가리는 종목인 500m는 육상으로 따지면 100m에 해당하는 '동계 스포츠의 꽃'이다. 이상화가 500m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며 스피드스케이팅의 인간 한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자 500m의 첫 공식 세계기록은 1931년 폴란드의 소피아 네링고바가 작성한 1분02초다. 이로부터 52년이 흐른 1983년 동독의 크리스티나 루딩에 의해 40초 벽이 깨졌다. 당시만 해도 36초대 진입은 상상도 하지 못할 기록이었지만 운동생리학 등 스포츠 과학의 발전과 최고 속도를 내게 하는 얼음판과 스케이트,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유니폼 등의 환경 변화로 기록은 계속 경신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에선 짧은 순간 근육 속의 글리코겐을 소비하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박사는 "이상화의 신체 조건과 발전 속도로 볼 때 36초 중반대 기록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이상화보다 키가 5~10㎝ 크면서 이상화의 근력과 순발력을 갖춘 선수가 나타난다면 35초대 기록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남자 선수도 2007년 11월 캐나다의 제레미 워더스푼이 세운 34초03이 현(現) 세계 기록이지만 33초대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상화가 지금 전성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1년 뒤 소치올림픽에서 500m 2연패를 이룰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윤성원 박사는 "여자 단거리 선수는 27세쯤에 근육 성장이 최고조에 이른다"며 "올해 24세의 이상화는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했다.

    강철 허벅지와 무산소성 파워

    지난 시즌만 해도 유징, 예니 볼프(34·독일) 등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이상화가 올 시즌 독주 체제를 굳힌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500m 종목에 맞게 진화된 이상화의 신체를 들 수 있다.

    올 시즌에 돌입하기 전인 작년 7월 체육과학연구원이 측정한 결과를 보면 이상화의 몸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체중이 65.6㎏(2010년 2월)에서 63.2㎏으로 줄어든 반면 허벅지 둘레는 57㎝에서 60㎝로 늘어났다. 밴쿠버올림픽 시절 '금(金)벅지'란 별명을 얻었던 이상화의 허벅지 둘레는 남자 국가대표 이강석과 같다. 일반 남성(20~24세)과 비교하면 10㎝가량 더 굵다. 이상화의 스쿼트(앉은 채로 역기를 드는 운동) 기록은 170㎏이다.

    상대근력(최대 근력을 체중으로 나눈 값)도 334%(2011년 1월)에서 342%로 증가했다. 체지방을 줄여 몸은 한층 가벼워졌지만 더욱 강력해진 '강철 허벅지'로 상대적으로 더 큰 힘을 냈다는 의미다. 이는 특히 폭발적인 스타트의 원동력이 됐다.

    밴쿠버올림픽 500m에서 금메달을 딸 당시 이상화의 초반 100m 기록은 10초34였다. 세계기록을 세운 이번 월드컵에선 초반 100m를 10초26에 끊었다. 한명섭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이사는 "올 시즌 새로 대표팀을 맡은 케빈 오벌랜드 코치와 집중적으로 스타트 훈련을 했고, 이것이 이상화의 신체 발달과 맞물리며 기록 단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레이스에선 막판 스퍼트 능력도 돋보였다. 이상화는 작년 7월 '무산소성 파워(anaerobic power·짧은 시간 산소 소모 없이 몸에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뽑아내는 능력)'를 측정한 결과 8.13(watt/㎏)이 나왔다. 2007년 1월 7.08보다 훨씬 올라간 수치다. 비슷한 성격의 운동인 여자 육상 100m(평균 5.9)나 여자 사이클(평균 5.6) 대표팀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그만큼 이상화는 경기 후반부까지 폭발적인 힘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경험으로 얻은 경기 운영 능력이 세계기록의 밑바탕이 됐다. 이상화의 아버지 이우근(56)씨는 "대회 전에 (이)상화에게 떨리지 않느냐고 묻자 상화가 '저도 이제 국제무대에서 10년 됐어요'라고 하더라"며 "이제는 어떤 경기장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오는 27~28일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펼쳐지는 스프린트 세계선수권(500m와 1000m 기록을 합산해 순위 결정)에 출전한다. 그는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신기록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며 "세계선수권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상화 프로필

    출생: 1989년 2월 25일 강원 원주

    학력: 은석초·휘경여중·고·한국체대 졸업

    소속:
    서울시청

    스케이트 시작:
    7세

    수상 경력:
    세계주니어선수권 500m 우승(2005), 동계유니버시아드 500m 우승(2007·2009), ISU 세계스프린트선수권 종합 우승(2010), 밴쿠버올림픽 500m 금메달(2010),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 500m 은메달(2011),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 500m 금메달(2012), ISU 월드컵 파이널 500m 종합 준우승(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