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17 17:02
지난 1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한 중소기업체 대표가 한 말입니다. 인수위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장관급 조직인 중소기업부를 신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기업 중심 정책을 펴는 지식경제부 아래의 청으로 남아있게 된 것이죠. 지경부가 갖고 있던 중견기업 정책과 지역특화발전 기능을 중기청으로 이관하기로 했지만, 대기업 정책을 펴는 지경부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중소기업 정책은 대기업 정책에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중소기업계는 허탈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중소기업계는 다음 정부가 가장 시급히 추진할 과제로 현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격상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기 때문이죠.
중소기업부 신설이 결국 물거품이 되자 중소기업중앙회는 즉각 “중소기업 전담 조직이 현행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데 그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고 논평했습니다. 중앙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논평에서 톤을 낮추긴 했지만, 실제로는 크게 낙담한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소기업계는 크게 고무된 분위기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 대기업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신 중소기업중앙회를 먼저 찾았고,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발언하는 등 중소기업들에게 잔뜩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기업 대표들은 새 정부 조직개편안이 나오자, “지금까지 보여준 게 다 ‘립서비스’였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중소기업계가 다음 정부의 움직임을 초조하게 지켜보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최근 인수위 내부에서 “공약에 대한 이행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속도조절론’이 복지 공약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경기둔화와 성장률 정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 쪽에도 영향을 미칠 지 우려가 된다는 겁니다.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골목상권 장악 등의 규제 등에 대해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신세계(004170) (225,000원▼ 4,000 -1.75%)나 롯데, CJ(001040) (128,000원▼ 1,500 -1.16%)등 유통 대기업들은 “고용창출에 대한 기여가 큰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에만 신경을 쓸 경우 일자리 창출 등 다른 공약들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계는 일단 “계속 지켜보자”는 반응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그래도 현재 인수위가 역대 정부 중 중소기업들에 대해 가장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맞지 않느냐”며 “비판과 문제 제기는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을 보며 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7일 인수위에 ‘중소기업을 위한 힐링 데스크’의 개최를 요청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220여명의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모여 다음 정부에 제도 개선과 다양한 지원 방안 등에 대해 건의를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번 자리가 중소기업인들이 조직 개편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을 씻어내고, 정부와 현업 종사자들간의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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