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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가격 단합/대기업( 중소기업착취)

아베" 화폐전쟁.

아베 ‘화폐전쟁’에 국내기업들 긴장

엔·달러 환율 110엔 넘을 땐 악영향 예상경향신문|김희연 기자|입력2012.12.28 21:33|수정2012.12.28 22:05

일본이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내세우면서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엔·달러 환율은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큰 폭의 하락세로 원화 가치가 강제를 보이고 있다.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기업에 유리하지만, 내수기업과 물가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엔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금융시장이 내년 환율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저성장·저금리로 국내 실물경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올라갈 경우 바로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을 보면 이날 엔·달러는 86.36엔을 기록했다. 지난 9월3일 78.31엔 대비 절상폭이 9.32%에 이른다. 86.36엔은 2010년 8월3일 86.60엔 이후 26개월 만에 최고치다. 달러 대비 상승폭은 같은 기간 유로화 5.27%, 영국 파운드화 1.47%, 중국 위안화 1.80%, 호주달러화 0.75% 상승과 비교해 엔화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컸다.

그런데 같은 기간 원·달러는 반대로 움직였다. 1131.0원에서 1070.6원으로 떨어지며 5.64% 하락했다. 엔화 약세, 원화 강세가 뚜렷한 것이다.

엔화 약세는 아베 신조 총재가 이끈 자민당의 총선 압승으로 더욱 거세졌다. 자민당의 경제 공약 중 가장 급진적인 부분은 통화정책이었다. 아베 총재는 무제한적 화폐 발행으로 엔고 현상을 막고, 일본은행의 건설국채 직매입 방안 등으로 디플레이션과 엔화 강세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사실상의 '화폐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지난 19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자산매입기금 10조엔 증액을 골자로 한 금융완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엔저 현상에 불이 붙었다. 아베 정권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제시해 당분간 엔화 약세 기조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엔화 약세는 수출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위험요소다. 삼성증권은 지난 20일 내년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83엔에서 90엔으로 상향조정했다. 급진적인 통화정책의 실행 여부에 따라 엔화 약세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가팔라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엔·달러 환율 100엔 수준까지는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 비해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품목이 줄어들었고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이 110엔까지 올라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허진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110엔대에 진입하면 이익 민감도가 큰 항공, 철강,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IT부품 등의 영업이익이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출비중이 큰 25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총 영업이익이 1.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 기업에 딸린 하청기업을 고려하면 악영향의 정도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내년 초 미국의 재정절벽과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 정부가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3%도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엔화의 추가 약세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경기부양책이 사실상 부족한 재정과 국채금리 상승 가능성 등 다른 변수들로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이지형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 총재가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오히려 일본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일본 내 비판도 있다"면서 "엔화 약세가 급격히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