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의 미군 태평양 사령부. 미국 서부 해안에서 인도양까지
43개국(지표면의 50%)을 아우르는 미군의 이 심장부는 2003년 첨단
정보시설을 갖춘 새본부 건물(건설비 8600만달러)로 이주한다. 아시아
중심으로 21세기 군사전략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군사 전략의 변화
“미국은 태평양 국가이며, 계속해서 (이 지역) 주둔 미군을 가진 태평양
국가로 남아있을 것이다.” 7월30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함께 호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럼스펠드 장관이 마련 중인 새 군사전략과 작년 6월 미 합참이 발표한
‘조인트 비전 2020’의 핵심은 한마디로 중국 포위를 위한 아시아 중시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이 가까운 장래 아시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 미국의
이익을 지켜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전략 분석가들은 “유럽에는 더 이상 미국의 핵심적 이해관계가
걸린 곳이 없다”며 “향후 10년내에 모든 주요 작전은 중국을 의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 미국이 경계를 늦출 경우
중국이 1차 세계대전 이전의 독일처럼 아시아 전체를 위협하는 군사
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은 중국·인도·러시아 3국 가운데 어느 나라도 이 지역의 패권국이
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세력균형 또는 분할 정책을 추구하면서,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토대로 아시아의 모든 나라를 포괄하는 안보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군이 실시하는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은 과거에는 중동과 서아시아
지역에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3분의2 가량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바뀌었다. 태평양과 대서양의 잠수함 배치 비율은 과거 40대 60에서
지금은 50대 50이 됐다.
◆전방위 연대 추진
미 태평양 사령부는 작년에 아시아의 각국 군대와 총 1500회의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탠덤 쓰러스트’는 호주와, ‘코브라 골드’는
태국과, ‘발리키탄’은 필리핀과의 합동군사훈련 명칭이고, ‘팀
챌린지’는 호주·태국·싱가포르·필리핀 등과의 다국적 군사훈련을
지칭한다. 미국이 지금까지 외국과 맺은 7개의 방위조약 중 5개가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미국의 필리핀과의 군사협력 재개는 ‘항구적 기지 건설’이 아니라 재난
구조에서 전투에 이르기까지 양국군이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아시아에
알리는 모범 사례로 이용하고 있다. 작년 ‘코브라 골드’에 참여한
싱가포르에는 미군의 핵추진 항모가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의 남진정책의 무대인 남중국해에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곳에서 중국과 잠재적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는 필리핀, 베트남,
대만, 브루나이 등의 ‘대부’로 자리잡으려는 포석이다.
대만을 중국의 세력권으로부터 지켜내는 것 또한 미국의 주요목표다.
미국 국방부는 올 봄 잠수함, 구축함, 그리고 대잠함 전투기를
포함하는 대규모 무기판매 목록을 대만측에 전달했다.
물론 미국의 큰 밑그림은,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충하면서,
대국인 러시아·인도와의 우호관계를 도모하는 것이다.
미국은 인도와 군사기획 및 합동작전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무기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1998년 인도의 핵실험 후 인도 정부에
가했던 제재조치 해제에 착수했으며, 러시아와는 새로운 안보 틀 정립을
모색하고 있다.
◆군사배치와 무기체제
데니스 블레어 미 태평양 사령관은 최근 일본에서 가진 회견에서 미
국방부의 병력 감축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주둔 미군병력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9월 의회에 제출될 미 국방부의 ‘4개년 국방 재검토(QDR)’에 담길
아시아 지역 군사배치와 무기체계는 가장 역동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육군 대신 해군과 공군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을
추진중이며, 통신감청·함정이동 감시를 담당하는 공격용 잠수함과,
스텔스 전투기 탑재 항공모함, C-17 수송기, 장거리 폭격기, 재급유기
등을 이미 증강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또 원거리 작전 능력의 획기적 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자문역인 앤드류 마셜은 미군이 기지에 연연하지
않고 장거리 전투체제를 갖추도록 체질을 바꿔야 하며, 따라서 장거리
무기와 신속한 항모 발진 시스템이 요구된다고 건의했다. 이를 위해
공군은 작전반경이 더 늘어난 폭격기와 무인 전투기를 증강하고 단거리
전투기는 줄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남중국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해·공군력이 기동성있게
움직일 수 있도록 괌을 아시아의 중추기지로 활용하고, 일본 남단
류큐 제도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워싱턴=주용중 특파원 midwa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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