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30 23:30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새천년의 첫해도 뱀의 해였다는 걸 떠올리는 이들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새 정부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그 당시 품었던 기대와 우려가 새롭다. 뱀과 관련된 속담 중 단연 압권은 역시 '곧기는 뱀의 창자다'라는 속담일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구불구불 어디 하나 곧은 곳이라곤 없어 보이는 동물이지만 온갖 장기들을 일렬로 세워가며 의외로 곧은 창자를 지닌 동물이 바로 뱀이다. 오히려 겉보기에는 직립하여 곧아 보이지만 속에는 꼬불꼬불 뒤엉킨 내장을 꾸겨 넣고 사는 우리 인간이야말로 겉과 속이 다른 동물이다.
'개구리 삼킨 뱀 같다'라는 속담도 있다. 배만 불룩하게 튀어나온 사람을 비웃는 표현이지만, 달리 풀이해보면 올바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숨길 곳 없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해에는 모든 일에 부끄럼 없이 살아야겠다 다짐해본다. '뱀 제 꼬리 잘라 먹기'라지만 적어도 손해를 자초하는 짓만큼은 하지 말아야겠다. '뱀이 용이 되어도 뱀은 뱀이다'라는 속담의 교훈을 받들어 자기 주제와 본분을 잊지 않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실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린다'니 적어도 그런 실뱀은 되지 않도록 몸가짐을 제대로 해야겠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도 새겨들을 만한 속담이다.
우리 집에는 뱀이 세 마리나 산다. 아내와 나는 뱀띠 동갑이고 아들은 우리와 띠동갑이다. 평생 야생에서 뱀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겠지만, 나는 자연 속으로 발을 들여놓기 무섭게 뱀들이 앞다퉈 나와 반긴다. 어쩌면 나는 전생에 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슨 착한 일을 했길래 이생에 사람으로 태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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