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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3/국방부(육,해,공,해병대)

군복무 단축?

[사설] 軍 복무 기간 단축, 公約이라고 급히 밀어붙일 일인가

입력 : 2013.01.04 22:53 | 수정 : 2013.01.04 23:27

현역병 복무 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군(軍)과 사회 한편에서 병력(兵力) 부족, 무기 운용의 숙련도 저하, 예산 문제 등을 들어 걱정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밀어붙일 태세다.

군대가 있는 세계 154개국 중 우리처럼 징병제인 나라가 76개, 지원병제 국가가 78개로 반반이다. 징병제 국가 중 우리보다 사병 복무 기간이 긴 나라도 20곳이 넘는다. 북한이 5~12년으로 가장 길고 이스라엘이 남자 36개월·여자 24개월, 중국은 24개월이다. 적(敵)의 도발 위협이 적은 싱가포르도 18세가 되면 모두 징집돼 24개월 복무한다.

우리 군 병력은 64만명으로 북한 119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전에서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주변국 전력도 염두에 두고 국방을 설계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국방 개혁 계획에 따라 2020년엔 병력을 52만명까지 감축하게 돼 있다. 복무 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고도 이를 유지하려면 매년 3만명이 더 입대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젊은 층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선 어려운 일이다.

복무 기간이 짧아지면 병사가 날로 첨단화하는 새 무기와 장비에 익숙해질 겨를도 없이 제대(除隊)해 버리는 문제가 생긴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부사관에게 맡기고 병사는 '보조 인력'으로 활용하는 것이 큰 방향에선 맞는 얘기다. 현재 해군의 45%, 공군의 35%가 부사관인데 육군은 그 비율이 12%밖에 안 돼 적어도 20%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부사관 인력을 늘리고 무기를 고급화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올 예산에서 복지 비중이 늘면서 전력 증강 예산은 4000억원 삭감됐다. 앞으로 복지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군 복무 기간 문제는 젊은이들이 귀중한 시간을 군에서 보내야 한다는 점과 아들을 입대시켜야 하는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 때문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이 문제를 선거 공약으로 삼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은 공약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합리적인 결론을 찾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