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기술(과학)

[시승기] 4륜구동 벤츠 S500 타보니…"눈길에서도 여유가"

[시승기] 4륜구동 벤츠 S500 타보니…"눈길에서도 여유가"

  • 박성우 기자
  • 입력 : 2012.12.22 06:00

    최근 폭설과 잇단 한파로 도로 곳곳이 빙판길로 변하고 있다. 자칫 빙판길에 차량이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요즘 같은 궂은 날씨 속에 운전하다 보면 4륜구동 차량을 몰고 여유롭게 달리는 운전자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네 바퀴 모두에 구동력을 주는 4륜구동은 접지력이 좋아 주행은 물론 제동력 부분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최근 자동차 회사들은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최고급 제품)모델에도 4륜구동 기술을 잇달아 적용하고 있다.

    언뜻 보면 4륜구동 방식과 고급세단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 4륜구동은 접지력이 좋지만, 반대로 네 바퀴에 힘이 배분돼 정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 S클래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엔진 균형을 최적화하고 능동형 섀시기술 등을 통해 정숙성과 안정감을 높인 4륜구동의 럭셔리 세단 S500 4MATIC 롱 데지뇨 에디션을 만나보자.

    ◆ S500 4MATIC, 4륜구동으로 “눈 내린 겨울에도 여유”

    지난 14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S500 4MATIC(상시 4륜구동)을 타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거쳐 강릉을 왕복하는 약 500㎞ 구간을 달렸다. 고속도로에는 쌓여 있는 눈이 많이 녹은 상태였지만, 일부 구간에는 살얼음도 끼어 있었다.
    우선 S500 4MATIC의 첫인상은 ‘중후하다’는 것이었다. 최근 풀체인지(완전변경),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등으로 경쟁사의 고급세단(BMW 7시리즈)이 다소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화했지만, S클래스는 전통을 고수하며 새로움이 조화된 느낌이다.

    자동차 키 역시 벤츠 특유의 곡선미를 살렸다. 스마트키지만 일반 열쇠와 마찬가지로 키를 꽂고 돌리면 시동이 걸린다. 디지털 첨단기술에 아날로그의 향수를 더한 모습이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고 속도를 올려봤다. 가솔린차답게 조용하면서, 묵직한 가속력이 안정감을 더했다. 2210㎏의 육중한 무게 때문인지 가볍고 날렵하게 가속이 이뤄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속도가 시속 110㎞를 넘어도 실내는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충분할 만큼 조용했다. 차량이 정차했을 때는 엔진음이 다소 들리긴 했지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S500 4MATIC은 고속의 코너구간에서 진가가 나온다. 4륜구동 특유의 단단한 느낌으로 운전하는 데 한결 여유를 줬다. 아찔한 코너구간에서도 네 바퀴가 지면을 잡고 있는 듯 움직이며 날카로운 회전 능력을 보여줬다. 눈이 덮인 길에서는 안정감은 이어졌다.
    하지만 4륜구동 차량이라고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 눈길을 지날 때면 차가 미끄지기도 하고, 눈길을 빠져나가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으면 헛바퀴가 도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전·후륜 차량에 비해 빙판길, 흙길 등 가혹한 도로여건에서 운전이 더욱 수월한 것은 분명하다.

    4륜구동이라고 해도 겨울철 운전에 조금 더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혹한 도로여건이라면 저속주행과 방어운전만이 최선의 안전운전 방법이다.
    한편 S500 4MATIC은 4.7L(리터) V8 가솔린 직분사 바이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로 최고출력 435마력, 최대토크 71.4kg·의 고성능을 자랑한다.

    ◆ 회장님이 S클래스를 좋아하는 이유는?…“연비는 다소 아쉬워”

    S500 4MATIC은 고급세단이기 때문에 회장님들이 뒷좌석에 타는 ‘쇼퍼 드리븐 카(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량)’로 많이 활용된다.
    뒷좌석에는 고급세단에 걸맞게 뒷좌석 모니터, 블루투스 헤드폰, 리모컨, 별도의 공조시스템(에어컨·히터 조절 가능) 등 다양한 편의장치가 달렸다. 다리를 꼬아 앉아도 여유가 있을 만큼 레그룸(무릎공간)은 충분했다.

    고속으로 달릴 때에도 뒷좌석에는 별다른 진동이 전해지지 않았다. 회장님들이 S클래스를 고집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마감소재 역시

    S500 4MATIC에는 에어매틱 서스펜션과 차체 옆면으로 불어오는 강풍에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능동적 차체 제어 시스템(ABC)이 적용됐다. ABC는 차체의 높이도 조절한다. 고속주행 시 차체를 낮춰 공기저항을 줄이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연비. 물론 1억889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이기 때문에 이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연비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도심구간이나 일부 고속 구간에서는 L당 4㎞ 이하로 떨어져 공인연비(L당 7.8㎞)와 상당한 차이가 난다.

    최근 경쟁사들이 최고급 세단에도 다양한 연비 절감 기술을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S500 4MATIC은 S클래스의 감성에 4륜구동이 더해져 더욱 안전해 졌으며, 벤츠만의 고급스러움과 정숙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차량이다. 하지만 시원한 가속력을 느끼고 싶거나 연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한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