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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학)

황금알 낳는다던 태양광 발전소, 알고보니…

황금알 낳는다던 태양광 발전소, 알고보니…

  • 안석현 기자

    입력 : 2012.11.02 13:33

    “태양광 발전소 짓고, 노후도 대비하고….”

    4년 전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태양광 재테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당시는 취임 초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친환경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어느때 보다 높던 시기다.

    태양광 발전 사업은 발전 원가에 못미치는 부분을 정부가 15~20년간 ‘발전차액 보조금’으로 되돌려 준다는 점에서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았다. 태양광 발전소 투자 수익률이 최소 은행 이자의 두배, 밑져도 본전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에는 태양전지 세울 땅만 있으면 누구나 은행에서 융자받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

    ◆ 4년만에 태양광 ‘붐’ 잦아든 이유는?

    이 대통령이 8·15 광복절 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한 지 4년이 지났다. 현재 과거와 같은 사설 태양광 발전소 설립 붐은 사그라들었다. 정부가 발전차액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고, 올해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로 지원 방식을 바꾸면서 보조금이 대폭 삭감된 게 첫번째 원인이다.

    2009년까지만 해도 새로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소 1㎾(킬로와트) 당 600원이 넘는 보조금을 수령했다. RPS 하에서는 300원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기존 설치된 발전소들은 여전히 600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새 발전소들은 낮아진 금액만 받게된다. 비록 태양전지 가격도 많이 내려갔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줄었다 하더라도, 투자 매력은 크게 떨어진 셈이다.

    여기에 2011년 이전에 지어져 운영중인 태양광 발전소들도 투자 대비 수익이 당초 기대보다 높지 않았다는 점이 사설 발전소 건립 붐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개인이 태양전지를 직접 구입해 발전소를 세웠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충북 괴산의 한 태양광 발전소. 사설 태양광 발전소들의 운영 수익률은 1~2%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대기업 발전소 수익률 바닥

    이를 가장 객관적으로 나타내줄 수 있는 지표가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소들 실적이다.

    LG(003550) (67,100원▼ 500 -0.74%)는 태양광발전사업 및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목적으로 2007년 LG솔라에너지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08년 충남 태안군 일대에 14㎿(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립,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올해 초 이 회사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LG솔라에너지는 지난해 한국전력에 전기를 팔아 24억1000만원을 벌었다. 1년 동안 정부로부터 받은 발전차액 보조금은 100억1983만4000원이었다. 따라서 연간 발전소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총 124억3000만원 정도다.

    그러나 여기서 태양전지의 감가상각비 60억원과 금융비용 42억9000만원,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연간 당기순이익은 10억30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이 회사 자본금이 97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 대비 수익률이 1.05%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화 계열의 ‘한국태양광발전1호’ 역시 전라남도와 강원도에 총 2.4㎿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이 회사의 총 자산은 106억원 정도지만, 지난해 순이익은 1937만원 수준이다. 자본 대비 수익률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삼천리(004690) (127,500원▲ 3,000 2.41%)가 운영하는 함평태양광발전소는 2㎿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한 결과, 지난해 2억49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차입에 따른 이자만으로 매출 16억9000만원의 절반이 넘는 8억9000만원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노하우를 가지고 운영하는 발전소 수익률이 이정도라면 일반 개인이 설립한 발전소들의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 실제로 부지 마련과 발전소 건설을 위해 대규모 융자를 받은 개인 사업자들의 수익률은 대부분 1~2%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솔라에너지가 처음 설립될때만 해도 연간 순이익을 300억원 정도로 추정한 증권사들이 많았다”며 “당시에는 태양광 시장에 대해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