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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국회)

靑·국방부, 일제히 "국방비 삭감은 안보 경시"… 일각선 "예산에 거품"

靑·국방부, 일제히 "국방비 삭감은 안보 경시"… 일각선 "예산에 거품"

  •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입력 : 2013.01.03 03:00

    金국방 "안보비 다른데 돌려선 안돼… 몇년내 戰力 손실"
    전문가 "불요불급한 예산까지 무작정 책정… 삭감 자초"

    지난 1일 새벽 국회가 2013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4009억원의 군 '방위력 개선(전력 증강)' 예산을 삭감한 데 대해 김관진 국방장관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2일 직접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군 "국회가 안보 안이하게 생각"

    김관진 장관은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안보 예산을 깎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김 장관은 "(방위력 개선비 삭감으로) 앞으로 몇년 내 전력(戰力) 지연 등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에 사업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복지 예산 지출은 대폭 올리고 안보 예산은 경쟁적으로 깎았다"며 "국가 안보에 대한 도전이 예사롭지 않은 시기를 안이하게 보고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다.

    2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열린 새해맞이 조국 수호 결의 대회에서 육군 1군단 1포병여단 소속 K55 A1 자주포가 포탄을 발사한 뒤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군 관계자들은 "(예산이 삭감된) 상당수 사업은 당장 중단되거나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상황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들어가야 할 돈이기 때문에 결국 다른 무기 도입 사업 또는 군 운영 유지에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공군 차기전투기(F-X) 사업처럼 노후 전투기 문제 때문에 시급히 해야 할 사업의 경우 예산 삭감으로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 인플레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돈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특히 이번과 같은 예산 삭감 행위가 되풀이되면 신형 무기를 도입하는 신규(新規) 사업 착수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위력 개선비가 전체 국방비의 30%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면 신규 무기사업 착수가 어렵게 된다"고 했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국방비 중 방위력 개선비 비중은 지난해 31.8%에서 올해 29.5%로 낮아졌다.

    "급하지 않은 예산 국방부가 잘못" 비판도

    하지만 국방부가 제출한 당초 예산에 무리한 내용도 많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급하지 않은 사업, 아예 현실성이 없는 사업 등이 섞여 있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에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 따른 C4I(지휘통제체제) 성능 개량 사업에 260억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예산 요구가 처음부터 무리했던 것이다. 이 예산은 지난 1일 전액 삭감됐다.

    또 유사시 북한 전략 목표물을 공격하는 장거리 공대지(空對地)미사일 사업의 경우 564억4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사업 행정 비용 4000만원을 제외하곤 전액 삭감됐다. 이 또한 군 내부에서조차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신형 탄도미사일, 무인 공격기 등 다른 전략 타격 신무기 도입 계획에 따라 현 정부 내에서도 우선순위가 밀린 사업"이라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일부 지상 장비 예산의 경우 군 자체 수요보다는 방산업체나 무기중개상의 요구 등을 고려한 부분은 없는지 정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국방 예산이라고 성역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육·해·공 각 군별로 기득권 유지 및 자군(自軍) 이기주의에 따라 관행적으로 무기 및 장비 도입 예산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정치권의 안보 경시 풍조에 대한 비판은 일리가 있지만, 군 스스로도 국방 예산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자구(自救)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