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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학

[기고] 줄어드는 이공계 장학금, 우려되는 국가 장래

[기고] 줄어드는 이공계 장학금, 우려되는 국가 장래

  • 이우일 서울대 공대 학장

  • 입력 : 2012.12.28 23:08

    이우일 서울대 공대 학장

    우리나라의 최근 발전상은 눈부시다. 외국 대학을 방문하면 건성으로 대했던 예전과는 대접이 완전히 다를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얼마 전 한 개발도상국 대학에서 협력을 타진하기 위해 온 사절단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왜 협력 파트너로 한국을 택했느냐고 물었더니 한 세대에 지독한 가난과 풍요를 함께 경험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기 때문에 그 경험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흐뭇했지만 한편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을 떨칠 수 없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성공을 지속해 나갈 힘이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성공은 강력한 제조업이 바탕이다. 그런데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로 진출해야 경제성장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우수 인재의 이공계 유치를 위하여 대학 및 산업계는 물론 정부도 그동안 여러 가지 방책을 내놓았다. 2002년에 시행하기 시작한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 촉진 방안은 응급 처방 중 하나였다. 그 후 2004년에 마련되어 수차례 개정을 거친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 지원 특별법'에는 연구 중심 대학 지원에서 이공계 인력의 공무원 임용 확대까지 다양한 지원책이 제시되어 있다.

    실제로 이러한 방안들에 따라 이공계 지원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이공계에 대한 국가 우수장학금 제도이다. 2003학년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우수 청소년을 이공계로 적극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별법 제9조에 근거한다. 특별법 제9조는 우수 학생에 대한 장학 기회 확대를 골자로 하는데, 정부는 이공계 대학 재학생 중에서 성적 우수 학생을 선발하여 장학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하여 그동안 수능 성적 우수 학생 950여명, 수시 입시 우수 학생 1160명 정도를 매년 선발하여 장학금을 지급함으로써 이 제도는 우수 과학 기술 인재를 이공계 대학으로 유치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제도에 투입되는 예산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국가 장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745억원에서 2012년 666억원으로 줄었고, 2013년에는 그 감소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물론 소득분위에 따라 지급되는 장학금이 늘어나고,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른 지원이 시행되면 대학생에게 주는 전체 장학금 규모는 줄어들지 않겠지만 우수 학생에 대한 장학금을 줄이는 것은 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일 뿐 아니라 우수 인력의 이공계 진출을 좌절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값 등록금 정책에 소요되는 예산이 수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우수 이공계 인재 육성에 필요한 예산은 반값 등록금 예산의 2%도 안 되는 금액이다. 다양한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복지가 중요한 만큼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 및 정책도 유지해 나가야 복지제도를 운용할 예산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수 이공계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국가 우수장학금 같은 제도는 국가 인력 수급 계획에 따라 그 규모를 최소한 계속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