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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백세 건강 유지

백세 시대의 건강법.

 

[조선데스크] 100세 시대의 장수법

  • 김태훈 국제부 차장

    입력 : 2012.12.24 23:30 | 수정 : 2012.12.24 23:57

    김태훈 국제부 차장

    이탈리아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가 어느 날 친구의 아들을 동료 교수에게 소개했다. 이 교수는 청년에게 곧장 "말을 낮추겠다"고 했다. 청년도 "물론입니다. 저는 이제 스물다섯 살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를 지켜보던 에코는 자신이 25세였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가 첫 만남에서 자기에게 말을 낮추려 했다면 기분이 나빴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코는 자신이 25세였을 때 어른 대접을 받았는데, 지금은 25세 청년이 그런 대접을 못 받는 것이 수명 연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에코의 수필집 '책으로 천 년을 사는 방법'에 나오는 일화다. 에코는 이 글에서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오면 "말씀 낮추십시오. 저는 겨우 쉰 살인데요"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은 지난 10월 발표한 '21세기의 고령화' 보고서에서 지난해 31만여명이던 100세 이상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320만명이 돼 10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코의 말처럼 50대가 되어도 사회적 나이는 청년에 불과한 시대가 오는 것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장수 시대의 50대가 이전 세대에 비해 젊고 건강할 수는 있어도 25세 청년의 몸일 수는 없다. 장수하더라도 청년이 아닌 노인 상태로 오래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어진 여생을 무엇으로 메우느냐가 장수 시대의 최대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는 '죽음의 중지'라는 소설에서 '장수의 함정'을 꼬집었다. 사람들이 오래 살고 싶어 하자 신(神)은 소원을 화끈하게 들어준다며 아예 죽음을 중단했다. 그런데 아무도 죽지 않게 되자 양로원은 미어터지고 병원은 죽지 못하는 환자들의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영생(永生)을 갈구하던 종교는 태도를 바꿔 죽음의 재개(再開)를 바라는 기도회를 연다. 외국으로 가면 죽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죽기 위해 앞다퉈 국경을 넘는다. 작가 사라마구는 "죽음이 없다면 삶도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올 한 해 세계 곳곳에서 노익장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지난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 '아무르'의 남자 주인공 장-루이 트레티냥은 82세로 1966년 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남과 여'의 주인공이었다. 이 영화의 감독도 70세다. 일본에서 올해 와세다문학상 신인상과 군조 신인상을 받은 구로다 나쓰코 할머니와 후지사키 가즈오 할아버지는 각각 75세와 74세로 신인 작가 타이틀을 거머쥐어 젊은이들을 머쓱하게 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는 러시아 시골 마을의 할머니 합창단이 깜짝 준우승을 차지해 박수를 받았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노화 연구팀이

    지난 7월 늙은 벌에게 젊은 벌의 임무인 유충 돌보기를 하게 했더니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실험노인학'이란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회적 경험이 뇌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젊어진다는 실험 결과는 단순하게 장수하기보다 평생 젊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자연이 주는 힌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