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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용린 교육감, 학교 본래 모습 회복하는 기틀 잡아야

 

입력 : 2012.12.20 22:35

서울시 교육감 재(再)선거에서 문용린 후보가 큰 표차(票差)로 이수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새 교육감 임기는 후보 사후매수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물러난 곽노현 전 교육감의 잔여(殘餘) 임기 1년 6개월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선 전교조 전횡(專橫)을 막겠다고 공약한 교육부장관 출신 문 후보와 곽 전 교육감 노선의 계승을 다짐한 전교조 위원장 출신 이 후보가 맞섰다. 서울 시민은 대선 투표에선 문재인 후보에게 20만표를 더 주었으나 교육감 선거에선 문 후보가 서울의 25개 자치구 전부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교육 현장의 혼란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위기감이 상상외로 컸다는 표시다.

곽 전 교육감은 취임 후 교육 환경 개선, 학습 능력 향상, 올바른 인성 교육 같은 교육의 본질 문제는 곁으로 밀쳐놓고 정치색 짙은 정책 도입에 집착해 학교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다. 학업 성취도 평가, 교원 평가, 학교 폭력 학생부 기재 같은 시책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며 교과부와 충돌했다. 아이들에게 자유와 책임 의식을 균형 있게 심어주지 않고 뭐든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해 교사·학생 관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최근 3년 사이 교권침해 사례가 5.5배, 생활지도가 힘들어 못 가르치겠다고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가 3.5배로 늘었다.

교육행정의 기본은 학생들이 학습 능력을 기르고 협동정신과 인격을 닦아 건전한 시민으로 자라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교사는 보람을 느끼고, 학부모는 자녀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교육감은 특정 세력이나 정파의 대변자가 아니라 학교가 이 기본을 실천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문 교육감이 취임 첫날 "학교 안정화와 교권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대로다. 하지만 문 교육감은 짧은 잔여 임기 동안에 새 정책을 집행하려 욕심을 부릴 일이 아니다. 이념 싸움터로 변질된 학교를 교육기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기틀이라도 잡아달라는 것이 그에게 표를 몰아준 유권자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