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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형 따라 병 치료하는 시대 올 것"

"박테리아형 따라 병 치료하는 시대 올 것"

2011년 4월 22일 오전 5:02공개조회수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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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형 따라 병 치료하는 시대 올 것"

  • 입력 : 2011.04.22 03:02 / 수정 : 2011.04.22 04:22

박테리아 유형별 체질 분류
숲에 몇가지 종류 있듯이 박테리아 생태계도 3종류… 수퍼박테리아 퇴치에 서광

100년 넘게 혈액형을 중심으로 나뉘었던 인간의 체질이 '체내 박테리아'라는 새 분류 기준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이 새로운 분류법이 질병을 조기 발견하고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장기이식을 하기 전에 혈액형을 알아보듯, 비만·대장암·위염 등을 치료하기에 앞서 '박테리아형(形)'부터 검사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약물을 투여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400여명의 몸에 사는 박테리아 1511종 조사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가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21일자에 발표한 논문은
인간의 몸 안에 사는 박테리아 1511종의 유전자를 분석해 작성됐다.
한 사람의 체내에 사는 박테리아의 개체 수는 약 100조 개. 이 박테리아들은 인간의 몸을 서식지로 삼아 나름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살아간다.

연구팀은
인간의 침·피부·대변 등의 표본을 채취해 박테리아의 DNA를 분석했다.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 피르 보르크 박사는
"연구 초기에 참가했던 조사 대상자 37명의 박테리아 종류를 분류하다가 아주 명확하게 나뉘는 3가지 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이후 약 370명의 체내 박테리아를 더 검사했을 때도 이 유형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테리아 생태계, 숲 조성 과정과 비슷"

연구에 참가한
벨기에 브루예대 예론 라에스 교수는
체내 박테리아들의 '생태계' 분류를 설명하며 숲의 조성 과정을 예로 들었다.
라에스 교수는
"숲에는 여러 종의 생물이 모여 살지만, 툰드라·열대우림·사바나 등의 분류를 가능케 하는 명확한 생태계 구성 방식이 존재한다.
인간의 몸 안엔 지배적 박테리아 3개를 중심으로 그 밖의 박테리아가 모여 사는, 박테리아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혈액형과 달리,
박테리아 유형이 후천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태어난 직후 장을 지배하는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라 장내 생태계가 3가지 유형 중 하나로 발전해간다는 뜻이다.

◆수퍼박테리아 퇴치 새 길 열 수도

인간의 몸 안에 있는 박테리아 생태계는 각각 박테로이데스·프레보텔라·루미노코쿠스 등 3가지 '지배적 박테리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박테리아는 인간에겐 없는 효소를 사용해 비타민을 합성하고 소화를 돕는다.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른 체질 분류 연구가 확대되면 박테리아 유형에 따른 맞춤형 약물 처방이 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대다수의 항생제에 내성(耐性)을 지니는, 이른바 수퍼박테리아를 무력화하기 위한 새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보르크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지금까지의 항생제는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균을 죽이는 방식으로 병을 고쳤다. 박테리아 체질 발견으로 항생제 대신, 병원균이 발붙이지 못할 박테리아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식의 새로운 치료법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