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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빅리그의 한국 영웅들]/[미,메이저리그] 자랑스런 한국선수

오승환에 아웃된 R. 브론의 갸웃거림 '방망이가 이상한가?'

오승환에 아웃된 R. 브론의 갸웃거림 '방망이가 이상한가?'

[참조] 임창용은 오승환 선배왈 ; 마지막 투볼 투스트라이크때는

          제일 빠른 직구를 던저야 한다 .

             이류(2류) 피처는 직구아닌 커브나,다른볼을 던진다.


         출처 다음스포츠 | 입력 2016.07.11 13:24 | 수정 2016.07.11 13:29       

9회 초가 시작될 때만 해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3-1. 두 점차면 딱이다. 먹기 좋은 한 입 감이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다. 온도도 안성맞춤이다. 삼키면 식감도 그만일텐데…. 꿀꺽. 군침이 돈다.

2번 디아즈와 3번 피스코티는 알아서 헛스윙이다. 저런 눈치 빠른 친구들. 삼진 2개로 투 아웃. 일사천리다.

문제는 이 때부터다. 조금씩 이상해진다. 홈 팀의 수비 실책에 이어 맷 아담스의 2루타가 터졌다. 1루 주자(가르시아)가 홈을 밟았다. 4-1. 아직은 괜찮다. 조금 민망하기는 해도 3점 차이까지는 세이브 요건이다. 실적 하나 올리고 휴가를 즐기자. 내일부터는 올스타 브레이크다.

다음 타자 랜달 그리척의 타구는 빗맞았다. 배트가 부러졌다. 하지만 묘하게 좌중간에 떨어진다. 2루 주자가 또 들어왔다. 이런, 된장. 5-1이다. 4점차. 세이브고, 뭐고, 날샜다. 거 참, 적당히들 하라니까….

그렇다고 안 나갈 수도 없다. 보스의 품격이 있는데. 기껏 몸 다 풀어놓고. 어쩔 수 없다. 전반기 마지막을 기념하는 의미로 재능기부나 해야겠다.

그의 오늘(한국시간 11일) 등판은 그랬다. 카디널스 팬이나, 감독/코치 관계자들은 즐거웠을 게임이다. 하지만 우리가 왜 그 게임에 관심을 두겠는가. 오로지 돌부처에 대한 신앙심 때문 아닌가. 그러니 어제 딴 맥주 따르는 것 같은 기분은 지극히 자연스런 감정이다.

경기 직후 오승환의 모습. 가운데로 몰린 공이 장타를 허용할 뻔했다는 표정이다.  mlb.tv 화면 

3자 범퇴, 그러나 타구는 모두 총알

그러나 김 샜다고 버리긴 그렇다. 차갑게 마시면 그래도 맥주 맛 아닐까?

일단 이날 투구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엇갈린다.

▶ 잘 던졌다 : 3~5번 중심타선을 상대로 깔끔했다. 원정, 낮게임에서 그만하면 괜찮았다.

▶ 불안했다 : 기록은 무안타지만 모두 잘 맞았다. 2개는 펜스 근처까지 갔다. 투구수(15개)도 적지 않았다.

후자는 예리하다. 틀린 말이 없다. 3번 라이언 브론과 5번 크리스 카터에게는 자칫 큰 장타를 허용할 뻔했다. 4번 조나단 루크로이에게도 제법 날카로운 중견수 라인드라이브였다. 만약 터프(1점차) 세이브 상황이었다면? 가슴이 철렁했을 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승진시켜 놨더니 예전 같지 않아.’ 그런 말들이 제법 있다. 그야 뭐 7, 8회가 같을 리 없다. 9회는 엄연히 9회 아닌가. 맞다. 확실히 예전같이 압도적이지 않다. 왠지 상대방이 읽고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그랬다. 브론과 카터에게 맞은 공은 위험했다. 높이나 코스가 모두 어중간했다. 홈런이 돼도 할 말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잡혔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인가? 아니면 거기서도 긍정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밋밋하게 몰린 직구가 맞아 나갔다

결정적인 이유는 볼 카운트다.

첫 타자 브론은 초구 직구(93마일 바깥쪽)에 헛스윙 했다. 2구째는 몸쪽에 붙였다. 파울이었다. 카운트가 0-2로 결정적으로 유리해졌다. 물론 여기서 쉽게 당할 타자는 아니다. 리그 최고 수준 아닌가. 빠져 나가는 슬라이더 2개를 잘 참아냈다. 꽉 찬 코스에 들어오는 강한 승부구는 커트해 낼 줄도 알았다. 결국 실랑이는 풀 카운트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파이널 보스의 7구째 결정구는 직구였다. 포수 사인은 바깥쪽이었지만, 그래픽에서 보듯이 살짝 가운데로 몰린 공이다. 무엇보다 높이가 위험천만했다. 속도도 92마일로 평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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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정확한 타이밍에 걸린 타구는 우측 담장 쪽으로 날았다. 발사 속도와 탄도를 볼 때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타구는 워닝 트랙 조금 앞에서 잡혔다.

타자의 반응이 흥미롭다. 덕아웃에 돌아가 배트를 살펴본다. 특히 손잡이 부분을 유심히 체크한다. ‘금이 갔나?’ 바닥에 톡톡 두들겨 보기도 한다. 생각만큼 비거리가 안나왔던 게 이상한 모양이다.

아웃된 뒤 브론이 덕아웃에 돌아가 배트를 살펴보고 있다.       mlb.tv 화면 

카터의 경우도 그랬다. 초구 슬라이더는 볼이었다. 그러나 2구와 3구 거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92, 93마일짜리가 존을 파고 들어왔다. 4구째는 유인구였다. 87마일이었는데 간신히 스윙을 참았다. 1루심의 자문을 구해야 할 정도로 위태로웠다.

그리고 5구째. 승부구였다. 92마일짜리 직구가 복판으로 왔다(포수 사인은 바깥쪽). 말 그대로 밋밋한 공이었다. 타자가 반응했다. 정확한 타이밍에 걸렸다.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향해 맹렬히 날았다. 중견수가 후진 기어를 넣었다. 하염없이 뒤로 간다. 하지만 비행은 펜스 조금 앞에서 멈췄다. 플라이 아웃. 경기 끝.

포수가 승리를 자축하러 마운드로 올라간다. 인사를 받던 투수는 묘한 동작을 취한다. 글러브를 가슴쪽에 모으는 동작이었다. 마지막 공이 가운데로 들어가서 큰 일 날 뻔했다는 뜻이다. (맨 위에 있는 사진이 그 장면이다.)

그들을 위축시킨 2개의 스트라이크

물론 잘 맞은 타구들이다. 투수가 실수한 부분도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왜 나쁜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느냐를 봐야 한다. 훨씬 더 강한 타구가 될 수 있었는 데 말이다.

브론의 경우는 아주 작은 타이밍의 차이였다. 미세하게 (스윙이) 늦었다. 때문에 공에 전달된 힘은 거리보다 높이로 쏠렸다.

반면 카터의 스윙은 어정쩡했다. 마음껏 힘을 쓰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냥 코스에 맞게 배트의 각도와 타이밍을 조절했을 뿐이다.

왜 늦고, 왜 어정쩡했을까? 그건 볼 카운트 탓이다. 일찌감치 2개의 스트라이크를 먹고 몰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투수는 계속해서 유인구(슬라이더)를 떨어트려 스윙을 유혹한다. 그걸 참아내기 위해서는 출발 시간을 0.5 박자 늦춰야 한다. 흔히 현장 용어로 ‘중간 타이밍’이라고 부르는 그 시간 말이다. 즉 빠른 볼과 변화구의 중간 쯤으로 배트를 발사시킨다. 그래야 어이 없는 삼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치기 좋은 공이 와도 제 타이밍, 100%의 힘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이류는 타자와, 일류는 볼 카운트와 승부한다

돌부처가 많이 따르는 선배가 임창용이다. 팀은 달라도, 겨울이면 개인 캠프를 함께 차릴 정도다. 같이 훈련도 하고, 많은 노하우도 전수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너무 많은 걸 전수받아서 탈일 때도 있지만.)

세이브의 선배 격인 임창용은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멋진 어록을 남겼다. 몇 년 전이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타자와만 상대하는 건 이류 투수예요. 일류 투수는 볼카운트와 승부합니다. 특히나 마무리는 볼카운트 승부가 정말 중요해요. (중략) 제가 20대 초반일 땐 한가운데로 속구만 던졌어요. 투 스트라이크 잡고 나면 변화구로 유인구를 던졌느냐? 천만에요. 더 빠르고, 더 강한 속구를 던졌어요.”

파이널 보스를 소개하는 오늘 현지 중계팀의 소개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이제 이 경기를 신인 마무리에게 맡겨야 합니다. 루키지만 무려 357개의 세이브 경력을 갖고 있는 투수입니다.”

맞다. 그는 안다. 9회에 나오는 투수는 어떤 승부를 해야 하는 지를 말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